민주통합당이 대선 후보 선출 일정을 180일 전에서 80일 전으로 늦췄습니다.
그러면 9월 말쯤 민주통합당의 최종 후보가 결정됩니다.
민주통합당은 왜 일정을 늦췄을까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같은 당내 대선주자들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만큼 경선을 시작하면 될 텐데 왜 일정을 늦췄을까요?
다음 달 런던올림픽이 열려 경선 흥행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지만, 사실은 안철수 교수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 듯합니다.
안철수 교수를 끌어들여 경선 흥행도 일으키고, 민주통합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도 키우자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안철수 교수가 이미 대선 출마가 늦었다며 적어도 7월20일 전까지는 입당해서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혹 원샷 경선에 응하지 않더라도 당내 경선 후 단일화라는 '투샷 경선'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압박과 동시에 존중의 메시지를 안 교수에게 보낸 걸까요?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어찌 됐든 안철수 교수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셈입니다.
안철수 교수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여전히 침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의 잇단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이런 말이 나온 뒤였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6월12일)
- "민주당이라는 전통 있는 국민에게 폭넓게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은 막연한 지지. 그러나 민주당의 힘이 하나로 모여서 후보로 선출된다면 그 후보는 막연한 상태의 지지하고 비교할 수 있겠나? 저는 (안철수 교수에게) 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손학규 고문 역시 안철수 교수는 아무 실상도 없는 이미지만 갖고 있다고 깎아내렸습니다.
문재인 고문과 손학규 고문은 잠재적 유력 경쟁자인 안철수 교수가 무척 신경이 쓰였던 걸까요?
이런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 안철수 교수의 언론담당인 유민영 씨는 19일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기 바란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러자 문재인 고문과 손학규 고문도 살짝 물러선 듯합니다.
어제 광주를 방문한 문재인 고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고문
- "민주당과 안 원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관계이고 서로 충분히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안 원장의 어제 반응은 그런 바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본다."
손학규 고문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라는 소중한 자원이 함께 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열어 놓은 마음의 자세와 우리당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안 원장의 '과민 반응'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안철수 교수에 대한 함구령까지 내려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야권의 유력한 주자인데, 굳이 우리가 상처주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또 안 원장을 자꾸 비판하거나 자극해 안 원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재앙이라는 겁니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안철수 교수가 불출마하거나 독자 출마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이니까요.
어쨌든 민주통합당은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들어오거나 적어도 후보 단일화에 참여해주길 간절히 원하는 듯합니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이 어제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서영교 / 민주통합당 의원(6월20일)
- "민주통합당이 경선을 하면서 전국을 돌고 말 그대로 대박 흥행을 치고 나면 안철수 교수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약해지지 않으려면 당내에서는 들어와서 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어르고 달래는 민주통합당에 대해 안철수 교수 역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듯합니다.
일부에서는 다음 달 안철수 재단 발족과 책 출간이 있기 때문에 이때 출마선언도 같이할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이런 전망은 늘 빗나가기 일쑤였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바로 이 말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지난달 31일)
-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누구 입을 통해서 어떻다는 이런 건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말은 믿지 마라?
민주통합당이 안철수 교수의 입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형국입니다.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자괴감이 든다는 말도 들리지만, 지지율이 민주통합당 내 다른 주자들보다 높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듯합니다.
안철수 교수는 언제쯤 자기 입으로 분명한 말을 할까요?
혹 너무 뜸을 들이다 민주통합당도 국민도 모두 지치게 하지는 않을까요?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김창준 전 미 하원 의원의 말처럼 말이죠.
▶ 인터뷰 : 김창준 / 전 미국 하원 의원
- "듣기에는 10월에 나온다는데 그러면 안 되죠. 저라면 남자답게 지금 나와서 검증을 받고 그다음에 국민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까놓고 내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과거는 어떤지. 꿀릴 것이 뭐 있겠습니까? 이렇게 속 시원하게 하면 좋은데. 이 양반은 나는 처음에 참 좋아했었는데. 도대체 나온다는 것인지 아닌지 어물어물하면서 자꾸 이러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런 후보자는 처음 봤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민주통합당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