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지난 주말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에게는 국가가 없다. 애국가는 그냥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여러 노래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는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종북 논란이 수그러들던 참에 다시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애국가가 공식 국가로 인정받은 것은 지난 2010년 국민의례규정 이후입니다.
그러나 일제 식민 시대 때부터 우리 국민은 애국가를 국가 행사 때마다, 그리고 월드컵과 올림픽에서도 국가로 관행적으로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일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애국가가 언제 공식 국가가 됐느냐는 의문 따위는 갖지 않고 그냥 우리 국가로 받아들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이런 상식조차 모른다는 걸까요?
이석기 의원은 종미 발언도 끄집어 냈습니다.
'종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인데 내가 누구의 종이란 말인가? 그렇게 하면 진짜 종은 종미에 있다'
종북주의자보다 종미주의자가 더 문제라는 겁니다.
정치권은 또 벌집을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혔습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수천만 해외동포는 애국가 부르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립니다. 애국가 부르는 수많은 해외동포 있습니다. 또 태릉선수촌 애국가 세계에 울리기 위해 땀 흘리고 있습니다. 이석기 의원은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이런 사람들이 떳떳하게 다니는 한국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해 쓴소리를 아꼈던 민주통합당도 곧바로 논평을 내고 이석기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김현 / 민주통합당 대변인
- "2010년 제정된 국민의례규정에서 법적 근거를 부여받은 애국가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념 논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석기 의원에게 상식의 정치를 주문합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걱정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이석기 의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해졌다며 해명했습니다.
'애국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애국가를 부르는 게 당의 쇄신인 것처럼 여겨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석기 의원의 말은 애국가를 부정한 게 아니라 사실상 지금 당권을 쥔 혁신 비대위를 비판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혁신 비대위와 당 새로나기 특위가 애국가를 부르기로 한 것은 그것이 국민의 상식에 맞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국민의 상식에 맞추는 게 바로 쇄신이니까요.
그런데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발언은 실언이었을까요?
아니면 고의적으로 한 발언일까요?
일부에서는 이석기 의원이 일부러 애국가 논란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은 채 구당권파의 실세로 활동하며 전략 전술에 능한 이석기 의원이 애국가 발언이 가져올 파장조차 생각지 못하고 실언했을 리는 없다는 겁니다.
더구나 이 오찬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조중동 신문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비공개 자리였어도, 애국가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 엄청난 파장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만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석기 의원이 보수에 떡밥을 던져주고, 자신을 공격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사그라지던 종북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면, 보수 세력의 과잉 공격에 따른 역풍이 일 것이고, 그러면 부정 경선 사태가 가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정말 이걸 노린 의도적 발언일까요?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논란과 맞물려 구당권파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는 25일부터 진행되는 당 대표 경선에서 구당권파의 유력 후보였던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이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강병기 전 경남 부지사를 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병기 후보는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이 주축인 구당권파와 달리 범울산연합에 속합니다.
구당권파가 또 당을 장악하면 국민 비판에 직면할 게 뻔하니, 범울산연합과 연대해 세력을 유지하면서 후일을 도모하자는 것일까요?
세 규모만 놓고 보면 구 당권파의 이런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은 큽니다.
더욱이 강병기 후보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반대하고 있으니 구당권파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고 계산했을 법합니다.
강병기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병기 / 통합진보당 당대표 후보
- "우리 기본입장은 이석기, 김재연의 자진사퇴이다. 제명이나 출당 등 강제적 조치는 옳지 않다. (자진사퇴) 가능성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정말 구당권파는 전당대회에서 다시 부활할까요?
그리고 자신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제명을 피하고 의원 생활을 계속하게 될까요?
많은 사람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사퇴와 구당권파의 반성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게 상식입니다.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발언이나 구당권파의 부활 움직임은 이런 상식을 저버리는 듯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정치인데, 이석기 의원과 구당권파는 거꾸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정치를 하는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