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선 흐름이 빨라졌습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오늘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손학규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낮은 자세로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소통하는 소통령, 중소기업을 살리고 중산층을 넓히는 중통령, 국민대통합과 남북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손학규 고문의 정치적 멘토는 '세종대왕'입니다.
반대 세력을 포용하고, 국민과 소통하고자 '훈민정음'을 만들고, 과학기술과 문화 발달을 통해 민생을 편안케 한 세종대왕과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손 고문이 오늘 발표한 공약을 보면 정치 분야는 별로 없고, 2020년까지 70% 이상 고용률 달성, 병원비 부담 상한 100만 원으로 하향과 같은 민생 분야 공약이 많았습니다.
총선 전후로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손 고문으로서는 민생 정책을 내세워 새로운 조명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0년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민생 투어를 다녔던 때를 사람들에게 다시 각인시키고 싶어하는 걸까요?
서민 이미지로 변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고문도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는 17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문재인 고문은 기존의 착한 이미지, 겸손한 이미지를 벗어던졌습니다.
지난 12일 정치개혁모임에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민주통합당 내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제가 당 대선후보가 돼야 박근혜 새누리당 전 위원장을 이기고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인자한 듯, 그리고 점잖은 듯한 이미지를 벗고 자신만이 박근혜 전 위원장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자신 찬 목소리로 말하는 문재인 고문.
특히 문 고문은 공동 정부론까지 제안했던 안철수 교수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계속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민주당이라는 전통 있는 국민에게 폭넓게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은 막연한 지지. 그러나 민주당의 힘이 하나로 모여서 후보로 선출된다면 그 후보는 막연한 상태의 지지하고 비교할 수 있겠나? 저는 (안철수 교수에게) 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제일 경쟁력 있는 후보고, 안철수 교수도 자신이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은 자신감일까요? 아니면 착각일까요?
문 고문의 이런 변신은 어쩌면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으로 비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오만함으로 비칠지라도 문 고문으로서는 변신을 택하지 않을 수 없는 듯합니다.
'사람은 좋다'는 이미지는 문 고문의 장점이자 어쩌면 가장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람만 좋아서' 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입니다.
또 다른 대선 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는 자신의 화려한 인생 역전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마을 이장에서 군수를 거쳐 장관이 되기까지의 감동적 인생 스토리, 그리고 주류 사회와는 거리가 먼 지방 일꾼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알리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두관 지사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두관 / 경상남도 도지사
- "일반 국민의 정서랄까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고 가까이하려는 것이 김두관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김두관 지사 그러면,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합니다.
직설적 화법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돌파력은 분명히 김 지사의 상징인 듯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단점이기도 하겠죠.
그래서일까요?
김 지사는 지난 12일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호프미팅에서 '김두관식 개그'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키 178cm에 몸무게 85kg의 김 지사가 자신의 볼록한 배를 쓸어내리면 '내 몸도 날씬한데…'라고 농담을 했다는 겁니다.
김 지사 측근들은 '김 지사가 얼굴 살만 빼면 좀 섹스어필하다'며 경선을 앞두고 몸만들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날렵해진 김 지사가 20~30대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 속에 담는 문재인 고문,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손학규 고문, 그리고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는 김두관 경남지사.
어찌 보면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만으로는 충분하겠건만, 그들은 더 큰 꿈을 위해 이유 있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사람은 강한 이미지로, 정치인은 서민의 이미지로, 강한 사람은 부드러운 이미지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세 주자는 상대방이 갖지 못한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갖고 있고, 자신이 갖지 못한 단점을 상대방은 장점으로 가진 듯합니다.
이 세 사람을 섞어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완벽한 대선 후보가 될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