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의혹에 면죄부를 준 검찰은 오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서도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먼저 검찰의 수사 결과부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송찬엽 /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 "이영호 등 특정인물들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이용하여 감찰한다는 명목하에 정부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인사들을 사찰하여 약점이나 비리를 찾아내는 등의 활동을 한 사실도 일부 발견되었습니다. 국민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로 마땅히 지향되야 할 것이고 이러한 민간인 사찰로 인하여 국민의 사생활 침해당하는 등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바 향후 민간인 사찰방지법 재정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고 판단됩니다."
이른바 '윗선'과 '몸통'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라는 뜻일까요?
이영호 전 고용 노사비서관이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기자회견을 열어 큰소리로 '자신이 몸통'이라고 소리쳤던 것도 박 전 차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걸까요?
지난 3월 이영호 전 비서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영호 / 청와대 전 고용 노사비서관(3월20일)
- "내가 몸통입니다. 내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였습니다."
박 전 차관을 위해 이영호 전 비서관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려 했다는 것인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찰은 지난 5월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이 작성했다는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국무총리가 지휘하되, 특명사항은 VIP께 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 지휘'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VIP는 대통령을 뜻합니다.
VIP의 국정 수행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운영해 불법 사찰을 했다는 뜻입니다.
정말 궁금한 것은 사찰 내용을 어디까지 보고받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일까요? 아니면 대통령실장일까요? 아니면 그 이상일까요?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3개월간 진행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방송인 김미화씨나 불교계 인사들에 대한 불법 사찰을 밝혀낸 것 말고는 별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의 잇따른 면죄부 수사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새누리당입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며 특검과 국정조사 모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일표 /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 "그동안의 수사절차나 수사결과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부족하다고 보고, 의혹을 해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특검 쪽으로 기운 모습입니다.
새누리당이 왜 이처럼 이명박 정부 의혹과 비리에 대해 강경할까요?
친박계는 이 문제가 대선 승부가 걸린 사안이라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어물쩍 이명박 정부 편을 들었다가는 대선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야당보다 먼저, 더 세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통합당도 주도권을 뺏길라 강공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철저히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서 빨리 원 구성을 해서 내곡동 사저 민간사찰 등 국조 청문회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민주통합당은 어제 검찰의 부실수사와 민간인 사찰의 책임을 지고 권재진 법무장관의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해외 출장을 떠났습니다.
불법 사찰의 윗선으로, 그리고 이명박 정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책임이 자기에게 쏠리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자리를 피한 걸까요?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민간인 사찰 관련해 출국 금지조치를 당해야 할지도 모를 사람이 해외 나갔습니다. 청와대 개인 변호사 역할 하는 권재진 장관에 대해 해임촉구 결의안을 냈습니다. 새누리당도 반드시 동참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 사태와 종북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을 붙여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종북 논란에 대한 역풍을 우려한 새누리당이 '더 이상 종북 논란을 확산시키지 않겠다'고 한 발 뺀 것도 민주통합당에는 유리한 국면입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국 주도권이 민주통합당으로 넘어갈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래서 새누리당 눈에는 봐주기 수사를 한 검찰이 야당보다 더 밉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배를 탔다가도 자신이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등을 떠밀 수도 있는 게 정치일까요?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죠.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