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떨어져 있던 민주통합당도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막말 발언으로 종북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유·불리를 떠나,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게 내심 불쾌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떳떳한 듯합니다.
이석기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6월5일)
- "21세 오늘날 헌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국가관' 운운하면서 입법부에서 입법 살인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우리나라도 2만 불 시대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2만 불 시대 아닙니까. 5백 불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서울시 당기위원회는 어제 회의를 열고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결정했습니다.
당기위는 이들이 혁신비대위의 핵심 결정사항을 준수하지 않아 지지자와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준 것은 책임이 막중하다는 겁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반발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
- "이건 계엄 아래에서 군사재판도 이렇게 처리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시국재판도, 제가 국가보안법으로 재판을 받았을 때 시국 재판도 변론시일을 연기하거나 방어권을 충분히 주는데, 해명과 소명의 기회를 충분히 주는데, 과거 시국재판도 변론 기일을 갖고 소명기회를 충분히 줬다. 당내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결과도 기다리지 않고 제명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 인터뷰 : 김재연 / 통합진보당 의원(6월6일)
- "비례경선과 관련한 진상이 추가조사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추이를 전부 지켜본 다음에 소명 준비하는 시간이 보장돼야 하는데 그런 게 무시된 채로…."
서울시 당기위 결정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 두 의원은 중앙당기위에 이의 신청을 할 것 같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징계와 관련해 2심제를 유지하고 있어, 두 의원이 14일 안에이의신청하면 징계가 미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이들이 이의신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기갑 / 통합진보당 혁신 비대위원장
- "혹여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중앙 당기 위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원직을 던지시고, 통합진보당의 당원으로 남아주십시오. 지금이라도 사퇴해주신다면, 중앙당기위를 통해 당원으로 남을 기회가 있습니다. 당의 혁신과 네 분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들은 평당원으로 남을 기회마저 스스로 차버릴까요?
혁신 비대위는 이들이 재심을 요청하면 오는 29일 전당대회 이전에 제명을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반면 두 의원은 소명기회 부족을 이유로 재심 회의를 최대한 늦추려 하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을 끌고서 29일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장악해 제명 결정을 백지화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중앙당기위에서 제명이 확정돼도, 최종 결정은 다시 의원총회에서 이뤄집니다.
구당권파 의원이 6명, 신당권파가 5명, 중립이 2명인 것을 감안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을 제명해도 두 의원은 당적만 잃게 될 뿐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국회에서 제명하려면 국회의원 2/3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더욱이 종북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했습니다.
부정 경선 때문이 아니라 사상과 국가관 때문에 두 의원을 제명하는 것이라면 반대한다는 국회의원도 많습니다.
그래서 종북 논란은 오히려 두 의원이 버틸 힘만 키워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연 두 의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두 의원의 운명은 두 의원의 운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들이 통합진보당을 떠나지 않고, 국회를 떠나지 않는다면, 종북 논란은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종북 논란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대선 정국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부각시켜야 하는 야권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두 의원의 버티기, 그리고 종북 논란까지 한 데 뒤섞이면서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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