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치와 경제 모두 휘청거리는 하루였습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불기 시작한 태풍이 태평양 건너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된 태풍과 만나 더 강해졌고, 이것이 아시아를 강타했습니다.
미스터 둠이라는 불리는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말한 '퍼펙트 스톰', 그러니까 태풍이 또 다른 태풍과 만나 더 세지는 현상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셈입니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1,780선이 무너졌고 원화 값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 인터뷰 : 오성진 /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 "미국과 중국이라는 쌍두마차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쪽에서 성장률 둔화현상이 나타나면 한국은 수출둔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금융과 실물경제가 모두 흔들리면 IMF 외환위기, 그리고 리먼사태와 같은 상황이 다시 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름 아닌 바로 금융당국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말입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에 드리운 유럽발 위기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실전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습과 훈련이 아니라 이제는 전쟁터에 나가 실전을 치를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전쟁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가계부채는 1천조 원에 육박하고, 국가부채 역시 지방정부와 공기업, 국민연금 부채까지 합치면 1천조 원에 달합니다.
개인이나 나라 모두 어마어마한 빚을 안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떨어져 3% 중반에 머물 것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20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로 예상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위기를 알리는 빨간 등이 켜졌고, 그 등이 돌아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빨간 등은 경제분야에만 켜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제 '검은 월요일'이었다면, 정치는 '붉은 월요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종북 논란에서 시작된 '붉은 바람'이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막말 바람'과 만나 정치권에 '퍼펙트 스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초 바람의 진원지였던 이석기 의원은 오늘 국회의원 회관에 처음 모습을 보였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오늘)
- "저는 마치 유신의 부활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은 인혁당을 조작하며 무고한 많은 민주 인사를 사법 살인했습니다. 21세 오늘날 헌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국가관' 운운하면서 입법부에서 입법 살인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우리나라도 2만 불 시대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2만 불 시대 아닙니까. 5백 불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석기 의원은진실이 밝혀지고, 그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지만, 그전에 사퇴하지는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을 바라보는 정치권과 민심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등에 동참하면 불법사찰 국정조사에 응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까지 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그대로 두면 대선까지 종북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질 게 볼 보 듯 뻔하고, 그것은 야권에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선뜻 새누리당의 제명에 동조하기도 어려운 형국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의 주장처럼 '국가관'에 따라 의원을 제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견해가 많은데다, 19대 국회 초반부터 새누리당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을 괴롭히는 건 또 있습니다.
바로 임수경 의원입니다.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 막말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새누리당의 공세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오늘)
- "자유 찾아온 동포에게 변절자라 하는 것은 자유민주질서를 인정하는 것인지, 자유민주질서를 부정하는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선을 그을 때가 됐다는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은 이 문제가 이쯤에서 매듭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6월4일)
- "임 의원은 탈북자에 대해서 존경심과 우리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협력정신에 전혀 다른 생각이 없다. 단지 변절자의 말은 함께 통일 학생운동 했던 하 모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갔기 때문에 함께 시민운동, 학생운동이 쓰는 용어로 ‘변절자’라 했지만, 이것마저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반성하면서 사과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해찬 후보가 북한 인권법 제정과 관련해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에 깊이 주장하거나 개입하는 건 외교적인 결례라고 말하며 파장은 더 커졌습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인권은 내정간섭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라면서 세계 각국이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규범을 만들려고 노력 중인데 민주당만 계속 저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이처럼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는 것은 여기서 밀리면 대선도 끝이라는 판단 때문일까요?
'안보'와 '북한' 문제는 정치권의 해묵은 쟁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든 선거판을 뒤흔들만큼 폭발성을 갖고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종북 논란과 국가관 논란, 탈북자 논란은 서로 뒤엉키고 만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큰 태풍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세계 경제의 '검은 먹구름'은 다가오고 있고, 정치권은 '붉은 먹구름'이 휘감고 있습니다.
그 먹구름들을 어찌 피할 수 있을런지, 누가 그 먹구름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서민을 지켜줄 수 있을런지요?
이런 걱정을 하는 건 호들갑일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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