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를 뽑는 지역 순회 경선이 예상 밖 흥행을 일으키며 연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모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끝난 지역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는 9곳에서 승리했고, 이해찬 후보는 부산과 광주, 충남, 대전 등 4곳에서 승리했습니다.
누적투표 역시 김한길 후보가 2,263표로 2,053표를 얻은 이해찬 후보를 누르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해찬 대세론이 꺾이고, 김한길 대망론이 뜬 것일까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이런 결과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김한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5월31일)
- "친노, 비노, 친호남 하는 명찰들 다 떼어버리고 대선 승리의 명찰만 달고 전진해 나갑시다."
이해찬-박지원 연대, 친노와 호남의 연대라는 낡은 방식의 정치 시도가 대의원 표심을 흔들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MBN이 민주통합당 19대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이-박 연대를 담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19명, 담합으로 본다는 응답이 12명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박 연대 구도보다는 민주통합당 내 대선주자들의 경쟁 구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요?
김한길 후보는 오늘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꾸 김한길과 다른 어떤 대선예배후보 간에 서로 짝짓기 같은 행태가 있었던 것처럼 말한다면 그건 대의원들의 뜻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치평론가들은 김한길 후보의 예상 밖 선전 뒤에는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가 됐을 때 문재인 고문보다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대선주자들의 행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합니다.
예컨대 친노세가 강한 경남 울산에서는 김두관 지사가, 충북에서는 손학규 고문이, 전북에서는 정세균 고문이 김한길 후보를 밀었다는 겁니다.
지지율에서 앞선 문재인 고문이 이해찬 대표를 등에 업고 더 치고 나가는 것을 다른 대선주자들이 견제했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대선주자들이 문재인 고문을 상대로 김한길 후보를 밀어주자고 의도적으로 '담합'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수도권 경선과 모바일 경선이 남아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해찬 후보 측은 전체 득표의 70%를 차지하는 모바일·현장 투표에서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대선주자들의 대권 행보와 직결된 만큼 민주통합당 경선은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한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박지원 원내대표의 공격입니다.
지난 18일 로비스트 박태규 씨 의혹을 시작으로 7인회에 이어 이번에는 올케인 서향희 씨 홍콩행까지 꺼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5월31일)
-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연일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다가 이제 주변 정리를 준비하는 것 같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 우리는 영화에서 봤다. 왜 서양희 변호사가 홍콩으로 갈까.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박 전 위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자칫 구설에 오를 수 있는 동생 지만씨와 그 처인 서향희 씨를 외국에 보내려 한다는 겁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 본인과 측근, 그리고 가족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명확하게 소신을 밝히라고 박 전 위원장을 압박했습니다.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6월1일)
- "박근혜 비대원장이 민간인 불법사찰이 발각되자, 잘못되고 더러운 정치다 또 철저하게 수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져야 한다. 나도 피해자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이 발언은 어느 정도에 가서 서 있는지 잘못되고 더러운 정치, 철저하게 막론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것을 립서비스만 했는가. 민간사찰문제에 대해서도 오픈프라이머리와 함께 박의 소신을 다시 한번 묻는다."
요즘 정치권이 민주통합당 유력 대선주자와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박지원 대 박근혜 구도인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박근혜 흔들기는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공학적 측면이 강합니다.
당내에서조차 박지원 원내대표의 공격이 새누리당 주장처럼 '네거티브'로 비치면 오히려 야당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박지원 원내대표가 연일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포문을 열면서 '이해찬-박지원 연대' 비판에서 은근슬쩍 벗어났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로서는 개인으로나 당으로나 박근혜 흔들기가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공격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전 의원이나 이상돈 전 비대위원만이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로비스트 박태규 씨와 관련해 이상돈 전 비대위원이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5월23일)
- "진실은 저도 알 수 없는 것이고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박근혜 전 위원장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쉽게 봤느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박근혜 전 위원장의 말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이정현 전 의원 역시 '당의 부대변인이 나서서 이렇게 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당 대표가 상대 당 후보를 연일 표적 삼아 공격하는 것은 기본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정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방어와 역공에도 왠지 박근혜 전 위원장 측이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야만 분위기가 바뀔까요?
정치는 흐름이고 분위기라고 합니다.
너무나 잘 짜인 각본처럼 움직이는, 그래서 흥미가 반감되는 새누리당.
설령 '네거티브'라 할지라도 역동성과 반전의 반전 속에서 춤추는 민주통합당.
글쎄요. 7개월이나 남은 대권구도는 어떻게 결말이 맺어질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