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과 안철수 원장이 드디어 대선 가는 길에 들어선 듯합니다.
19대 국회 시작과 함께 국회의원이 된 문재인 고문은 첫 방문지로 여수엑스포를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고문은 대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MBN과 단독 인터뷰한 내용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고문(5월30일)
-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 이후 첫 방문지가 전남 여수가 된 것이 아주 기쁩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위원장으로 사실상 대권후보가 굳어진 가운데 당까지 함께 이끌어 왔기 때문에 이미 지지도가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분도 없고 이제 막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그래서 후보가 흩어져 있기 때문에 지지도가 많이 떨어져 보이지만, 앞으로 당내 경선을 거치고, 선택된 후보가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 과정 거치면 그 시너지와 역동적 힘으로 박 전 위원장의 지지도를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이 먼저 대권 후보를 확정하고 나서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하겠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극적으로 승리했던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원장은 이런 문재인 고문의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제 부산대 강연에서 문재인 고문이 제안했던 공동정부론에 대한 안 원장의 생각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문재인 국정경험, 인품 훌륭하다. 국민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문 이사장님 말씀도 같은 맥락일 듯 싶다. 굳이 저를 거론해서 하신 말씀이라기보다 앞으로 분열 아닌 화합 정치 필요하다는 좋은 철학 보여주신 것 아닌가 싶다."
문재인 고문이 지지세력의 통합과 연대라는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를 넘어 권력을 잡으면 공동 정부까지도 나갈 수 있다는 주장에 안 원장이 고개를 끄덕인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나눠먹기식 야합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에서 시작하더라도 마지막에 가서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은 언제쯤 길 떠날 채비를 끝내고 대선 가는 길을 나설까요?
문재인 고문은 마음을 이미 굳힌 듯합니다.
공교롭게도 어제 문재인 고문을 지원할 '담쟁이 포럼'이 출범했습니다.
300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했는데, 한완상 전 부총리와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비롯해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와 나는 꼼수다 기획자인 탁현민 씨도 들어 있었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고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지원 조직으로서는 손색이 없는 듯합니다.
포럼 대표를 맡은 한완상 전 부총리가 지난 25일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한완상 / 담쟁이 포럼 대표(5월25일)
- "내가 멀리서 보니까 문재인 고문의 힘은 없음에서 오는 것 같아요. 없듯이 존재하는 존재가 제일 힘이 세거든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목에 힘주고 하는 것은 그 존재가 오래 못 가고 아름답지 않은데 없듯이 존재하는, 무소유가 소유보다도 힘이 세다는 말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이 아, 내가 정치를 해서 권력 의지를 가지고 무엇을 해 보겠다는 이런 뜻도 별로 없는 것 같고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능력이 나는 있다고 보는데 본인은 능력을 별로 없다고 늘 생각하는 것 같고요. 학벌도 없는 것 같고요. 가문도 빛나는 것 없는 것 같고. 그런데 없는 것에서 오는 힘이 제일 무서운 힘입니다."
문 고문이 길 떠날 채비를 거의 끝마쳐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 안 원장은 어떨까요?
여전히 명쾌하게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하지는 않고 있지만, 안 원장 역시 조금씩 길 떠날 채비를 하는 듯 보입니다.
안 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원장(5월30일)
- "사회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인데,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도리입니다. 지금 (해답을 찾아나가는)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아직도 대선 출마 여부를 결심하지 못했다는 얘기지만, 안 원장은 어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궁금했던, 그리고 새 누리당에서조차 검증 의혹을 제기했던 종북 세력과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원장
- "소수 약자 대변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바로 그래서 진보 정당은 기성정당보다 더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해야 합니다. 진보정당이 인권과 평화와 같은 가치 중시하는데 이런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하는 것 안 됩니다. 추가로 두 관점 이외에도 이 문제가 건강하지 않은 이념 문제로 확산하는 것도 아쉽다. 박원순 서울시장 일부에서 빨갱이라고 공격하는 것 보고 어처구니없었다. 시민 어리석지 않다. 우리 사회 건강한 상식 갖고 있다"
안 원장 스스로 민감한 정치 현안을 질문지로 선택한 것 자체가 이제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결심을 밝힌 것은 아닐까요?
내용도 문재인 고문의 평소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어제 강연에서 화두로 꺼낸 '복지, 정의, 평화'의 내용 역시 문재인 고문의 생각과 비슷한 듯합니다.
반면 진보정당의 필요성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을 얘기한 대목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는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안 원장은 혹 정치에 참여한다면, 야권후보로 나오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뜻일까요?
어쨌든 문재인 고문과 안철수 원장을 보고 있노라면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만치 앞서가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을 뒤따라가야 하는 부담감도 없는 듯합니다.
문 고문 말처럼, 서로 손을 잡으면 얼마든지 박근혜 전 위원장을 앞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과연 대선까지 남은 7개월은 추월하기에 너무 짧을 시간일까요? 아니면 충분히 긴 시간일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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