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라디오 연설에서 '종북 세력'을 직접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이명박 대통령(오늘 라디오 연설)
-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이 대통령이 '종북 세력'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면서 북한 추종 세력을 비판한 것은 취임 후 처음입니다.
이 대통령이 자칫 색깔론으로 비칠 수도 있는 정치적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직접 종북 세력을 언급한 이유는 뭘까요?
통합진부당 구당권파에 대한 국민 여론이 워낙 안 좋은 만큼 이런 언급이 큰 무리는 아니라고 판단할 걸까요?
이 대통령의 '종북 세력' 비판은 새누리당이 이석기 김재연 당선인을 국회 차원에서 제명하자는 제안과 같은 선상에 있는 듯합니다.
새누리당 역시 이런 제안이 국민에게 해묵은 색깔론보다는 정당한 요구로 비친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5월24일)
- "헌법을 부정하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색깔론입니까? 색깔론이라는 게 어떤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한 사람을 엉뚱하게 분류해서 몰아친다. 그러면 색깔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 헌법에 대해서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무슨 색깔론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새누리당에게 이석기 김재연 당선인의 제명 카드는 정치공학적으로 봤을 때 일종의 꽃놀이패가 아닐까요?
민주통합당이 제안을 받아들여 두 사람이 제명되면 19대 국회 초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종북 세력을 두둔한다는 비판을 하면서 야권 연대를 흔들 수 있습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셈입니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국회 활동을 하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될 게 뻔하고, 새누리당의 공세는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요?
새누리당은 이석기 김재연 처리의 걸림돌이 된다면 김형태 문대성 당선인의 제명까지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야권으로서는 더 궁지로 몰리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통합진보당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5월27일)
-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먼저 국민이 염려하지 않도록 당내 사태를 수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정당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를 압수함으로써 정당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지 않은가 우려를 표명한다."
박 원내 대표의 말은 통합진보당이 제안한 '검찰 규탄 공동연대'를 사실상 거절한 셈입니다.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문제를 먼저 수습해야 다른 야권연대도 가능하다는 뜻일까요?
야권 연대 없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석기 김재연 당선인이 있는 한 야권 연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상황을 보면 이석기 김재연 당선인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통합진보당 중앙 당기위는 오늘 회의를 열고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와 조윤숙 황선 후보에 대한 징계안을 서울시당에 회부했습니다.
▶ 인터뷰 : 이정미 / 통합진보당 비대위 대변인(5월25일)
- "당규에 따라 중앙당기위에 이들의 문제 처리할 관할 당기위를 서울시당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이 4인에 대한 핵심내용은 당이 결정한 당론을 따르지 않음에 문제를 제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제명까지는 6개월가량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중앙당기위 재심까지 가서 처리되고 마지막 관문인 의원 총회까지 가도 문제입니다.
정당법상 현역 의원은 당 차원의 제명을 위해서는 의원 총회에서 소속의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 의원 13명 가운데 구 당권파 6명과 이정희 전 대표가 영입한 정진후 김제남 당선자가 이들의 제명에 반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찌어찌 당 차원의 제명이 이뤄져도 이들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금배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구도대로라면 당 차원에서 이들을 제명하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면 결국 국회 차원의 제명 절차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데, 6개월 뒤인 그때는 바로 대선이 코앞에 있는 시기입니다.
민주통합당과 야권으로서는 아주 곤욕스런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내심 싫지 않은 호재가 계속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듣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인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자신들의 명예 회복이 야권의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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