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 하면 스스로 베이는 칼날 위에 선 듯 날카로운 모습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고소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를 수차례 만났다고 하는 주장은 허위라는 겁니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만난 적도 없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허위로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나 언론은 국민한테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말은 박태규 씨가 박근혜 전 위원장을 만났다는 믿을만한 사람의 음성 녹음이 있다는 겁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그렇게 자신 있다고 하면 나 꼼수 주진우 기자가 만난 사람의 육성녹음을 가지고 있고, 저도 복수의 유명인사가 저에게 진술해준 내용이 있기 때문에 기다려보시면 진실이 누구에게 가는가 밝혀질 것이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로비스트 박태규 씨가 연루된 삼화저축은행 사건에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씨의 이름이 거론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자신(동생)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걸로 끝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소를 오히려 기쁘게 생각한다며 박 전 위원장을 상대로 맞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야당 원내대표의 고소 고발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이제 한치의 양보 없는 경쟁에 들어간 듯합니다.
친노계인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는 노 전 대통령 3주기를 앞둔 추모 토크쇼에서 뼈 있는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김 지사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문재인 이사장이 가장 앞서 있고 준비돼 있다"
두 사람은 다음 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분 다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였고, 그래서 지지층도 겹치는 만큼 어느 한 사람이 죽어야 어느 한 사람이 사는 운명을 맞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가 끝난 만큼 이들의 정면 승부 역시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이제는 추모를 넘어서서 뭔가 새롭게 결의하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서 출발하는…."
▶ 인터뷰 : 김두관 / 경남지사(지난 4일)
- "힘없는 국민과 함께 가는 소통의 리더십, 연대와 협력을 유도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두 사람의 정면 승부는 이미 시작된 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키는 김한길 후보의 선전 뒤에 김두관 지사가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문재인 고문을 대선 후보로 미는 이해찬 후보다 당대표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김두관 지사가 김한길 후보 측을 지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경남 선거를 앞두고 이해찬 후보가 부랴부랴 김두관 지사를 만나 도와달라고 SOS를 쳤지만, 김 지사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과거 동지였지만, 이제는 확실히 경쟁자가 된 듯합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안철수 벽은 여전히 공고해 보입니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안철수 교수의 양자구도 대결에서는 박근혜 45.9%, 안철수 48.9%로 나왔습니다.
오차범위 내에서 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전 위원장을 앞선 겁니다.
다자대결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전 위원장이 가장 앞서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51.9%, 안철수 교수가 43%로 박 전 위원장이 앞섰습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각각 57.6% 대 33.3%로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빨리 따라붙지 못한다면 야권 대선 후보는 안철수 원장으로 기울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일까요?
아직 대선은 7개월이나 남았습니다.
그리고 변수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그렇고, 박근혜 전 위원장과 박지원 대표의 소송도 그렇고,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결심도 그렇습니다.
정말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또 때로는 어제의 동지에게 칼끝을 겨눠야만 갈 수 있는 저 자리는 대체 어떤 곳일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봤으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극적인 반전을 통해 저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대선주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 자리에 가면 행복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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