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어제 통합진보당 비례 대표 부정경선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려고 중앙당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당원들의 저지로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검찰은 다른 곳에 있는 서버관리업체의 하드디스크를 확보했습니다.
원내 정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정치 활동의 자유를 검찰 권력이 침해한다는 비판 때문입니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 중앙당사와 2010년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패로 끝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검찰은 무리수를 두며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에 나선 걸까요?
검찰은 언론에 보도된 당원의 증언만 봐도 비례대표 경선에서 상당한 부정이 있었고, 위법이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범죄사실을 인지했으니 수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검찰의 무리한 개입에 대한 비판은 둘째치고 라도, 근본적으로 검찰을 끌어들인 건 누구일까요?
검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내부에서 이 사태를 정리하고 해결했어도 검찰이 개입했을까요?
검찰이 들이닥치자 구당권파와 신권당파는 일단 싸움을 멈추고 단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강기갑 / 혁신 비대위원장(신당권파)
- "당원명부는 당의 심장이다. 검찰이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를 탈취해 간 참 의도는 무엇인가? 검찰은 ‘경선관리와 공천심사’에 대한 업무방해를 압수수색의 이유로 들고 있다. 당원명부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이 아니다. 이는 검찰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의 모든 당원정보를 쥐고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의도는 여기에 있다."
▶ 인터뷰 : 이상규 / 19대 당선인(구당권파)
- "당직자들이 출근하면서 압수수색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막아서 지금 대치 중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또 치열하게 네 탓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구 당권파인 황선 전 부대변인은 '지도부가 당원을 믿지 못하고 당원 명부를 의심하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순간 검찰과 이명박 정권이 박수를 치게 마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구당권파 당원은 진상조사위원가 총체적 부정 부실 선거라라고 발표해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유령 당원 가능성을 제기하며 당원 명부 공개를 주장한 혁신 비대위가 검찰을 불러들였다는 뜻입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치부를 드러냈기 때문에 검찰을 불러들였다는 뜻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신당권파측은 검찰을 부른 것은 부정을 저지른 구당권파라며 맞섰습니다.
일부에서는 구당권파가 살아남으려고 외부의 위협을 키우는, 그러니까 검찰을 끌어들이는 '자해 쇼'를 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울고 싶은데 검찰이 뺨 때려준 격일까요?
구당권파는 검찰 개입을 빌미로 당의 단합을 외치고, 은근슬쩍 다시 당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 걸까요?
어쨌든 검찰의 중앙당사 진입을 막으려고 입구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마치 휴전을 한 듯합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검찰 개입을 계기로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공멸을 피하고자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대 갈등요인이었던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사퇴회의도 연기됐습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이들에게 어제 오전까지 사퇴하라고 시한을 통보했지만, 검찰의 개입으로 회의가 연기된 겁니다.
비대위는 오늘 오후 대책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한 이석기 김재연 조윤숙 황선 후보자들 출당시키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합니다.
당이 검찰 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징계로 또 내부 갈등을 키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먼저 끄고,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구당권파가 내심 원했던 게 이런 거였을까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당원 명부를 확보하면 통합진보당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당원들 가운데 현행법상 정치활동이 금지된 상당수 교원과 공무원의 신원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보수 언론이 종북주의, 주사파로 규정하고 있는 구당권파 핵심 세력들로 말미암아 또 다른 형태의 공안사건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기감은 어쩌면 구당권파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유시민 전 대표 등 신당권파를 이루는 국민참여당 사람들은 선거 부정을 파헤치려면 당원 명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입니다.
당원 명부 공개란 구당권파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인 반면에 말입니다.
검찰의 개입은 구당권파를 똘똘 뭉치게 하고 오히려 그들을 살릴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국민 여론이 뒷받침해줄 때 가능한 일은 아닐까요?
지금처럼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받는 상황에서 그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누가 구해주기나 할까요?
누가 동정이나 할까요?
어쩌면 검찰이 개입한 것을 환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구당권파는 민심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졌습니다.
검찰은 대검 명의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공권력 방해에 대해 처벌하겠다며 칼을 갈고 있습니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꼴이 된 구당권파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뭘까요?
여전히 당원의 명예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주장만 반복할까요?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조직 논리만 내세워 버티기에 들어간 구당권파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