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다른 대선 출마 후보자들의 공격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어제 처음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한 정몽준 전 대표가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전 대표(5월1일)
- "중요한 것은 수도권에서 젊은 분들 20대, 30대, 40대 분들한테 어떻게 새누리당의 후보가 득표할 수 있느냐가 중요 하다고 보고요. 흔히들 말씀하시는 것처럼 박근혜 위원장이 후보가 된다면 흔히 2%가 부족하다고 지적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대통령 선거의 전망이 비관적이죠."
정 의원이 말한 박근혜 위원장에게 부족한 2%는 무엇일까요?
수도권 20, 30대의 낮은 지지율, 소통의 부재,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잔재를 말하는 걸까요?
다른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 역시 이 2%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박근혜 위원장의 소통 문제를 꼬집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경기지사(4월27일)
- "(박 위원장이) 청와대에 들어갈 때 앞으로 여러 가지 소통의 문제, 그래서 그야말로 불통의 상태로까지 가지 않겠나, 우려됩니다."
김 지사 진영에서 나온 문건에는 심지어 박근혜 위원장을 향해 '얼음 공주' '시집도 안 간 여자'라는 표현도 들어 있습니다.
조만간 대선 출마를 할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대선에 매달려 1인 독재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심화시켜 놨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 학생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이재오 의원으로서는 박 위원장의 1인 독재가 유신체제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김태호 의원도 지금 새누리당에는 눈치 주는 사람과 눈치 보는 사람만 있다며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 역시 대선 출마의 변으로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정말 박 위원장 리더십에는 문제가 있는 걸까요?
경선 룰을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꾸기 위해 이들 대선 후보들이 손이라도 잡은 걸까요?
박 위원장을 대신해 친박계는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정현 의원은 3개월 전엔 생각도 못했던 총선 승리를 가져다줬더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박 위원장이 40%를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데 2%도 안 되는 사람들이 박 위원장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반박했습니다.
또 정몽준 의원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는 원죄가 있고, 김문수 지사와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실장은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한 축을 이룬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무슨 낯으로 대선 출마를 하려는지 알 수 없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쯤 되면, 서로 건드리지 말아야 한 아픈 상처와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합니다.
경선이 끝나고 나서 누군가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됐을 때 탈락한 이들이 그 후보를 지지해 줄 수 있을까요?
야권에서는 상처 입은 문재인 고문의 행보와 안철수 교수의 출마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총선 패배와 이해찬-박지원 체제의 담합으로 위기를 맞은 문재인 고문이 대선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듯싶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고문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 비관론이 커지는 만큼 다시 사람들의 시선은 안철수 교수에게로 쏠리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아버지인 안영모씨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말을 했습니다.
'내가 성격을 봐서 아는데, 큰아이(안 교수)는 (민주당이)경선하자고 해도 절대 경선은 안 한다.'
'결국, 안철수 대 박근혜 구도가 안 되겠나'
안 교수는 이런 아버지 말에 가타부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교수 주변에서는 안 교수의 고민이 거의 끝나간다며 출마가 임박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안철수 교수의 고민을 두고, 그의 신중함이려니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람들을 너무 지치게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면, 일찍 그 의사를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지적입니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지난달 27일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이준석 / 새누리당 비대위원(4월27일)
- "제가 봤을 때는 본인이 출마에 뜻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빨리 밝혀서 검증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후보가 나오든 간에 최소한 6개월, 1년 전부터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교수의 고민이 깊은 것은 그의 출마 방식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안 교수가 하루빨리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당내 경선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그는 민주통합당의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안 교수는 독자적 세력화를 이룬 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통합당에 일찍 들어가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보다는 점잖게 대선 후보가 되면서 민주통합당의 조직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대선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수치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고도의 전략 전술이 총동원되고, 상대방에 대한 거친 흠집 내기와 공격도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대통령이 되었지만, 결국 비극적인 대통령으로 끝나는 우리 정치사를 그들은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겠지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