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 출발이자,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과정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대선후보별로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듯합니다.
새누리당은 친박계로 구성된 지도부 문건이 떠돌면서 큰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쇄신파와 이른바 비박 대선주자들의 반발은 물론, 친박계 내 권력투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국민이 싸늘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격노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 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4월25일)
- "총선 끝난 지 불과 며칠 됐다고 그거 잊고 그렇게 절절하게 국민 호소했던 마음 잊고 사실 아닌 왜곡된 이야기들을 지어내서 그게 당 안에 떠돌아다니고 확대 재생산되고 언론플레이하고 당 모습 흐트러지고 분열로 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면 이거 또 한 번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플레이', '쓸데없는 이야기' 등 평소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말들을 작심하고 쏟아냈습니다.
새누리당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리스트에 올랐던 친박계 의원들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친박계가 단합해 당권을 잡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2선으로 빠져 조용히 있는 게 맞는 건지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일주일 남았는데 박 위원장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입니다.
비박 대선주자들은 박근혜 위원장의 이런 모습을 보며 다시 소통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경기도지사(4월26일)
- "지금은 베일에 가려진 신비주의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최측근조차 소통이 안 된다고 한다. 정말 이런 점 새누리당이 극복하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은 국민을 대표해 선출된 헌법기관이지만,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은 박 위원장과 그를 따르는 150명의 의원만 있을 뿐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박 위원장이 가진 무게감,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들리는 소통의 부재.
글쎄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통합당 역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로 친노와 비노가 힘을 합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상의 체재라는 겁니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은 이들의 연대가 구시대적 밀실 담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지원 의원이 사전에 문재인 고문을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문재인 고문의 입장은 뭘까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고문
- "우리 당내 문제에 대해 실정이 어떠하든 당내 일각에서 친노 비노 여러 갈등, 친노가 모든 것을 다 독식한다는 목소리들 그런 것들 때문에 국민께 염려 많이 드리고 있습니다. 당내 세력들 간에 손잡고 함께 잘해보자고 단합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과거에도 당내 세력들이 손을 잡고 당권 경쟁을 했는데, 새삼 이것을 왜 담합이라고 그러느냐는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그의 측근을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양정철 / 청와대 전 홍보기획관(4월26일 뉴스 M)
- "문재인 이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인 변칙, 혹은 고단수의 셈법에 능한 분이 아니고요. 있는 그대로의 길을 뚜벅뚜벅 가는 분이어서 그런 것이 앞으로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게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 밀약설 같은 것은 없고, 또 그런 정치적 계산을 할 사람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손학규 전 대표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총선 과정에서 공천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또 야권 연대가 흔들렸을 때도 막후에서 이견을 조율했고, 결과적으로 그 리더십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대선 출마까지 걸려 있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문 고문이 지지한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가 성사되지 않거나 국민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 대선 후보로서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문 고문이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12월을 향해 순탄한 길을 갈 수 있을까요?
만일 문 고문이 흔들리거나 민주통합당이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다시 안철수 바람이 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박지원 의원 역시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교수보다 지지율이 낮다면 안 교수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교수는 올해 2학기 강의 개설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교수가 1학기 강의가 마무리되는 6월쯤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학기 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가겠다는 뜻이 아닐까요?
물론 이런 해석은 안철수 화법에 비춰보면 늘 틀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안철수 교수가 스스로 견해를 밝혀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겁니다.
안 교수 말대로 '대선 출마가 선택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대선 출마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주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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