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비후보 등록도 오늘부터 시작되면서 여야 대선 후보들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입니다.
어제 김문수 지사의 기자회견 내용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문수 / 경기도지사
- "저 김문수는 자금 인력 조직이 없습니다. 대세론도 없습니다. 그래서 계란에 바위 치기라고 만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김문수의 뜨거운 가슴이 김문수의 등을 밀고 있습니다. 제 가슴속에는 서민들의 눈물, 청년들의 아픔, 노인들의 고통, 경제인의 좌절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그래서 뜨거워졌습니다. 저는 이것을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입니다. 이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김 지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을 막연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과거 학생운동을 했고, 노동운동을 했으며, 6년간 도지사로서 행정경험을 쌓은 것이 박 위원장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진보적 운동가에서 보수적 정치인으로 갑작스레 변한 것을 놓고 여전히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 지사에 이어 정몽준 전 의원도 이달 중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의원 역시 박근혜 위원장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은 박 위원장의 한계를 잘 보여줬다' '박정희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민주주의가 후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2년 대선 출마로 쌓은 경험, 글로벌 기업의 CEO로서 가진 리더십과 국제 경험이 장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재벌 그룹에서 태어나 재벌 그룹의 오너로 커온 성장 과정은 그의 아킬레스건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소수가 돼버린 친이계의 대부인 이재오 의원도 다음 달 쯤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트위터에 박근혜 위원장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습니다.
김형태, 문대성 당선인의 탈당 문제를 놓고는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낼 때는 속전속결로 사생결단하더니 자기 사람 잘못은 눈감고 하늘만 보니 그래서 국민에게 표를 얻겠나'라고 비꼬았습니다.
박 위원장에 대한 이재오 의원의 마음은 지난해 말 있었던 출판기념회 강연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작년 12월22일)
- "복교를 신청했는데, 당시에 군사 정부가 3선 개헌을 한다고 반대 데모한 사람들은 복교시키면 또 3선 개헌 반대하니까 복교시키지 말라고 당시 군사정부의 지침 같은 것 때문에…"
당시 군사정권의 횡포만 아니었다면 오늘날 이재오의 모습은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출판기념회장에는 정몽준 의원과 정운찬 총리가 참석해 축사했습니다.
서로 경쟁자이자, 박근혜라는 넘어야 할 벽을 공통분모로 가진 이들이 손을 잡을 수 있을까요?
이들이 연대할지, 또 그 연대가 어디까지 갈지 잘은 모르겠지만, 당내 경선규칙을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꾸는 데는 우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행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은 국민참여경선인단 80%와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치르게 돼 있고, 국민참여경선인단은 대의원, 일반 당원, 일반 국민을 2:3:3의 비율로 구성하게 돼 있습니다.
50%에 이르는 대의원과 당원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비박 주자들로서는 지금의 규정으로 경선을 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박계는 이들의 대선 출마가 흥행에 도움이 되는 만큼 환영하면서도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말이 안 되고, 특정 주자들 때문에 당의 경선 룰을 바꾸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총선 승리에 대한 감사 표시와 공약 이행 약속을 위해 오늘부터 2주간 전국을 돌며 당을 비웁니다.
시끄러운 당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일까요?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손학규 고문은 어제(22일) 보편적 복지를 주제로 대선 공약을 가다듬기 위한 유럽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손학규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비전투어, 정책투어가 이번 유럽 방문의 목적입니다."
늘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막상 지지율은 그리 높지 않은 손 후보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 재야 운동가이자 좌파 이론가에서 한나라당 도지사로, 다시 민주당으로 행적을 옮긴 것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지지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다음 달 창원과 광주, 서울로 이어지는 북 콘서트를 일종의 대선 출정식으로 삼는다는 전략입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대선 출마 선언의 선수를 뺏겼다고는 하나 그 역시 도지사로서 행정경험을 대통령 자질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장에서 시작해 장관을 거쳐 도지사를 한 인생 역정이 상고 출신으로 대통령까지 오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은 동시에 노무현 이미지 벗기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누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색깔을 낼 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 고문의 고민도 제법 클 것 같습니다.
현재 야권의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문재인 고문은 조만간 캠프를 꾸리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고문은 우선 탈 노무현 계획의 일환으로 노무현 재단이사장에서 물러날 예정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 이미지는 가지고 가되, 정책적 비전은 좀 더 크게 가져가겠다는 전략입니다.
문 고문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고문(4월19일)
- "당이 좀 더 폭넓게 지지 기반을 가져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기존의 보수나 진보 이런 구도를 뛰어넘어 국민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구도를 뛰어넘겠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안철수 교수와 연대가 가능한 부분입니다.
문 고문 역시 결국 자신과 안철수 교수가 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쟁 또는 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걸까요?
어쨌든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살아온 그간의 인생은 우리네 인생과는 조금은 떨어져 있는 듯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한 듯 보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서민을 위하겠다는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탕발림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의 과실을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들 삶의 이야기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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