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만 보면 선거에서 승리해 자축해야 할 새누리당이 더 시끄러운 모양새입니다.
바로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에 대한 처리방향 때문입니다.
김형태 당선자는 죽은 동생의 부인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문대성 당선자는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두 당선인의 의혹은 선거 기간에 불거졌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선거 구도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어쨌든 선거결과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나오자 자신감이 생긴 듯 두 당선인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선거 다음날 MBN 뉴스 M에 출연해 두 당선인의 출당을 처음으로 요구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준석 / 새누리당 비대위원(4월12일 단독보도)
- "성추문 파문이 있었던 분하고 논문 표절 관련하고 문제가 있었던 분에 대해서 저희가 사안별로 절차가 다르긴 하겠지만 결국 엄격한 대응을 주문할 테고 이것의 의미는 저희가 지금 152석의 과반의석을 획득했지만, 그 과반의석을 무너뜨려서라도 저희는 이번에 원 구성 할 때 국민의 우려가 있는 부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을 쇄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준석 비대위원의 이 말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은 새누리당 비대위가 김형태 당선인과 문대성 당선인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이 말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4월16일)
- "사실 확인을 하면 거기에 따라 당이 결정할 테니까 더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얘기입니다."
사실 확인 전까지는 더는 왈가왈부 하지 말라는 뜻일까요?
새누리당에서 총선 압승을 이끈 박 위원장의 말 한마디는 엄청난 무게감을 갖기에 이 문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국민과 야당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비대위 내에서도 강경 목소리가 나오자 상황은 하루 만에 또 반전됐습니다.
뉴스 M에 출연했던 이상돈 비대위원과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상돈 / 새누리당 비대위원(4월17일)
- "당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당 윤리위원회를 통해서 출당시키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을 전제로 하고서 하는 이야기죠. 그러나 여론은 이제 출당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황 같은 것이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요구도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4월17일)
- "지금 무슨 절차상으로 박사학위를 수여한 학교가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그런 사실이 노출되었고 그렇다면 당은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하고…"
이준석 비대위원을 비롯해 두 전·현직 비대위원이 박근혜 위원장의 카리스마에 도전한 것일까요?
어쨌든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김형태 당선자는 결국 어제 스스로 당을 떠났습니다.
억울함을 풀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문대성 당선인은 오후 2시 탈당 기자회견을 하려다 갑자기 마음을 바꿔 탈당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문대성 / 부산 사하갑 당선인(어제)
- "(탈당 안 하는 것인가요?) 당연하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그렇게 얘기했는데, 제가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되겠습니까?"
문대성 당선인이 기자회견장에서 돌연 마음을 바꾼 이유는 뭘까요?
문대성 당선인의 말처럼 자신의 탈당이 박 위원장에게 누를 끼치기 때문일까요?
그게 사실이라면 문대성 당선인의 말은 결과적으로 자신을 또 궁지로 몰아넣고 만 셈이 됐습니다.
새누리당은 어젯밤 긴급 지도부 회동을 하고문 당선자에게 탈당 요구와 함께 윤리위에 넘겼습니다.
탈당을 번복한 돌발 행동도 문제지만, 문 당선자가 박근혜 위원장의 이름을 팔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문 당선자는 박 위원장을 팔지 말고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기를 바란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의 말이 그것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런 일련의 혼란과정을 보면서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이 '사실 확인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민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부 비대위원들도 반대했습니다.
그렇다고 박 위원장이 한번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담고 두 당선인을 출당시키는 것도 원칙을 중시하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불가능했을 법합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도 보호하고 민심도 따르는 모양새로 두 당선인의 '자진탈당'이라는 고육지책을 생각해 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대성 당선인이 이런 고육지책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으니, 아니 어쩌면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손상을 입혔으니 이준석 비대위원의 말처럼 새누리당이 공황상태에 빠졌을 법합니다.
오늘 박근혜 위원장은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선거 끝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저런 문제, 잡음 나옵니다. 만약 국민 약속을 지키는데 걸림돌 되거나 안 지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말은 문대성 당선인을 향한 말일까요?
아니면, 박 위원장이 분명히 사실 확인 후 조치를 취한다고 했는데도, 여기저기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비대위원들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을 향한 말일까요?
'새누리당이 박근혜 당이라는 소리가 나오면 큰일난다'는 친박계 이한구 의원의 말은 생각해 볼 대목이 많은 듯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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