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고 여의도 정가가 8개월 뒤로 다가온 대권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입니다.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독주체제로 대권구도가 굳어지는 듯합니다.
박근혜 위원장에게 맞설 상대가 아직은 보이질 않습니다.
문제는 야권입니다.
총선 패배로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이해찬, 정세균 등 여러 잠룡들이 용트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 밖에선 역시 안철수 교수에 대한 기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여의도 정가의 관심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교수로 좁혀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세 사람의 지지율을 볼까요?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일과 14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와 문재인의 양자대결은 50.8% 대 32.2%로 격차가 제법 컸습니다.
박근혜와 안철수 양자대결에서도 46.9% 대 38.8%로 박근혜 위원장이 처음으로 안철수 교수를 앞질렀습니다.
야권에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맞서려면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 고문이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러면 두 사람이 손을 잡아야 하는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바로 여기서 민주통합당내 이른바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의 시각이 엇갈립니다.
호남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안 교수가 빨리 입당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과 함께 경쟁을 하면서 몸집을 키워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입니다.
당내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어제 MBN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민주통합당 의원
- "당 밖에 있는 안철수 박사인데 그분이 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우리 스스로 마련해서 현재 심리적으로 혹시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끝까지 레이스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도 걱정을 하는 분들마저도 검증될 수 있도록 장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통합당이 6~7월쯤 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대선 후보 레이스에 들어가 8월에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는 일정을 고려하면 안 교수의 영입은 늦어도 7월 전에는 결론이 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안 교수가 고심할 시간이 별로 없는 셈입니다.
반면 문재인 고문을 미는 친노 진영에서는 안 교수가 민주통합당의 대권 후보가 결정된 이후에 야권 단일화를 해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친노계 인사인 정청래 민주통합당 당선인은 어제 뉴스M과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런 구상을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정청래 / 민주통합당 당선인(4월16일)
- "안철수 교수가 당내로 들어오면 어쨌든 정당정치에 대한 옳든 그르든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안철수라는 상품이 당내 들어와서는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안철수 개인으로 보나 당으로 보나 제3지대에서 지금처럼 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서 안철수 교수가 새누리당 쪽으로 가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그때 가서 원 샷 경선이든 이런 것을 하는 것이 대선 전략상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안 교수가 일찍 당에 들어오면 이런저런 흠집이 나고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일단은 안 교수가 독자 정치세력화를 하고 대선에 임박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겁니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세론을 꺾었던 것과 비슷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극적인 탄생을 가져왔던 '어게인 2002'를 재현하자는 게 친노 진영의 생각일까요?
그렇다면,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요?
다시 매경 MBN 여론조사를 보시죠.
안 교수가 야권 경선 때 경선 후보로 나와야 한다는 응답은 15.6%, 야권 후보 선출 뒤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나와야 한다는 게 14.7%로 엇비슷합니다.
야권 경선 전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10.4%나 됩니다.
안철수 교수는 민주통합당의 이런 분위기와 민심의 흐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안 교수가 다음 달 자서전을 출간하고 포럼을 꾸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안 교수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정치 참여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대권에 나설 것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주변 여건은 안 교수가 대선에 나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안 교수 말대로 본인의선택과 관계없이 대권 출마는 이제 주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