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은 어제 1600여 명의 학생 앞에서 대권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먼저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사회 갈등을 풀고, 일자리 만들고 빈부격차해소하고 계층 이동하도록 하는 게 필요한데 이런 능력 없이 정권 잡으면 일반국민은 누가 정권 잡는지 관심 없다. 문제 풀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대통령)에 올라가야지 승리에만 집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사회 갈등과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해소, 자유로운 계층이동과 같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통령은 과연 누구일까요?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이 범주에 포함될까요?
아니면 안철수 본인만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뜻일까요?
안철수 원장은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들과 싸우기만 하는 정치권,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경제시스템을 구체제라고 규정지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의 정치권이나 지금 거론되는 대선 후보들은 안철수 원장이 말하는 미래가치와 바람직한 대통령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안철수 원장의 얘기 더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만약 정치에 참여한다면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쪽으로 하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지금까지 해온 행보와 안 맞는 것이다."
결국, 안철수 원장은 지금의 정치권에 들어가거나, 보수와 진보 두 진영 가운데 어느 한 쪽에 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총선을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여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보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제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제가 머물러온 이 자리에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쇄신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도 편을 들지 않음으로써 양쪽이 서로 경쟁적으로 쇄신하도록, 그래서 궁극적으로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사회발전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면 그게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얘기 더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만약 내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한 분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 거지 않느냐. 만약 하겠다고 하면 서로 공격의 대상이지 긍정적 역할은 못하는 거다."
명확하게 정치를 할지, 하지 않을지 결심을 굳히지는 못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점차 정치를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안 원장은 자신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자신이 정치할 자격이 있느냐의 문제고, 두 번째는 자신에게 정치인으로서의 책무가 주어지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자격이 되는지는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판단할 몫이다. 대중들이 판단하면 그 문제는 해결될 거고. 사회적 책무가 주어지느냐는 지난 1월 귀국하면서 뭐라고 말했느냐면 양쪽 모두 쇄신노력하면 나 같은 이가 정치 고민하겠느냐고 말했다. 지금 있는 분들이 잘해주면 내가 나설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대중들은 안철수 원장이 정치할 자격이 있다고 볼까요?
대선 후보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안철수 원장은 박근혜, 문재인 고문과 함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대중은 안 원장이 정치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 셈입니다.
두 번째 전제조건인 자신의 사회적 책무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 원장은 지금의 여야가 잘하면 자신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하면서도, 지금의 여야가 잘하고 있다는 말은 좀처럼 한 적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정치 쪽도 그런다. 보수진보 심하게 싸운다. 과거집착하는 거 필요 없다…미래를 이야기하고 화합소통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냥 싸우기만 한다."
이 말은 곧 지금의 정치권이 잘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 아닐까요?
정치 참여의 두 번째 전제조건인 사회적 책무도 명분을 갖춘 셈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안 원장은 언제쯤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일까요?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왜 지지율 떨어지는데 초조하지 않느냐는 데에 대한 설명은 될 것 같다. 지금은 대선 이야기하기엔 너무 빠른 게 아직 대선 출마하겠다고 나선 사람 한 분도 없지 않느냐. 왜 나한테만 묻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총선이 끝나고 정치권이 대선 체제로 바뀌면 그때야 안 원장은 정치 참여를 공식 선언할까요?
정치를 할 것 같기는 한데, 여전히 모호한 그의 태도는 안 원장의 말대로 여야를 자극해 보다 나은 정치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여야 모두를 적으로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가고자 하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것도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책 브레인이었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비판하면서 내놓은 제3의 길이 비판을 받았듯 말입니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적당히 섞어놓았다는 비판 말입니다.
안철수 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보수와 진보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을까요?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 그 시작과 끝이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