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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보름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합니다.
조그만 실수가 대세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에 새누리당 공천 쇄신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부산 사상구 손수조 후보의 거짓말 논란이 심상치 않게 번지고 있습니다.
손수조 후보는 3천만 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이른바 '3천만 원으로 선거 뽀개기'라는 공약을 통해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3천만 원은 대졸 초임 연봉으로, 자신의 전세금을 빼서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손 후보가 공천을 받기 전인 지난달 22일 MBN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손수조 / 새누리당 후보(2월22일)
- "처음에는 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몰랐어요.
정치의 꿈을 갖고 있으면서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돈인데요. 제가 가진 돈. 우리 평균 청년들이 연봉으로 선거 치러보자, 국회의원 돼보자 했는데 사실 많이 들어요."
손 후보는 이후 자신의 선거 비용을 가계부 쓰듯 매일 매일 블로그에 올리면 사람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줬습니다.
그런데 손 후보의 재산내역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손 후보는 지난 23일 '당장 후보 등록비 1,500만 원을 내면 3천만 원으로 더는 선거운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3천만 원으로 선거 뽀개기' 공약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후원금으로 모인 8천만 원을 사용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기성 정치인과 비슷한 수준의 선거비용을 쓰게 된 셈입니다.
이때만 해도 손 후보는 선거기탁금 1,500만 원을 자신의 선거비용에 포함했지만, 이후 중앙당이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3천만 원의 출처도 논란입니다.
전세금 3천만 원을 빼서 선거운동을 치르겠다는 말과 달리 재산 신고 목록에는 여전히 전세금 3천만 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손 후보 역시 3천만 원은 어머니가 주신 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전셋집은 정리했다고 밝혔다가 2시간 뒤 말을 바꿔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데다 선거 일정에 쫓겨 전셋집을 처분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시끌시끌 논란이 커졌습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손수조의 원룸 전세금 3천만 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공약은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젊은 친구가…. 여하튼 공직선거법 위반이군요'라고 비꼬았습니다.
이에 대해 손수조 후보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겠습니다'라며 '각오하고 있으니 마음껏 때리세요'라고 끝까지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또 비록 3천만 원 선거 비용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저비용 선거에 대한 선한 동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는 후보자가 당선 목적으로 방송 신문 잡지 등에 출생지나 신분, 경력, 재산 등을 허위로 공표할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에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 선관위는 선거자금 3천만 원은 자금 조달계획을 말한 것일 뿐, 허위 사실 공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이 문제는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김현 민주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손수조 후보가 선거법에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거법 위반 사실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밝히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말 바꾸기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쟁점화한 것에 대해 맞불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손 후보가 말 바꾸기를 한 것에 대해 박 비대위원장이 입장을 밝히라는 겁니다.
조윤선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은 손 후보가 선거를 치르는 게 어떤 건지를 알지 못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다는 그런 점을 더 봐주셨으면 한다며, 이런 후보가 솔직히 밝히는 과정을 그렇게 폄하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옹호했습니다.
그런데 손수조 후보는 당의 공천을 받기 한달 전에 이미 3천만 원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음을 사실상 고백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 다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손수조 / 새누리당 후보(2월22일)
- "공천받고 레이스가 길어지면 돈이 더 들겠죠. 최대한 제 돈으로 해보고, 지지해준 후원금으로 도움을 받고, 도움을 받는 부분은 약속을 못 지킨 부분도 있기 때문에 사회 기부도 할 생각입니다."
▶ 앵커
- "지금까지 얼마나 쓰셨어요?"
▶ 인터뷰 : 손수조 / 새누리당 후보
- "1930만 원이요. 최대한 아껴써 볼게요."
공천을 받기 전에 이미 선거자금의 2/3를 썼고, 공천을 받고 레이스가 길어지면 돈이 더 들어 후원금을 쓸 수밖에 없다는 손 후보의 말을 어떻게 보십니까?
손 후보는 이때 '3천만 원으로 선거 뽀개기 공약'은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단 뜻일까요?
그랬다면 당시에 솔직하게 공약 파기를 선언하고 블로그에 사실대로 기재했으면 어땠을까요?
실망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지는 않았을 듯싶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쓸쓸히 후보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본인들이야 억울할 수도 있었지만, 당과 야권연대에 누가 된다는 대의 때문에 그렇게 떠났습니다.
손수조 후보의 거짓말 논란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그대로 묻힐까요? 아니면 손수조 후보 역시 당을 위해 떠날까요?
새누리당은 일단 사태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