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총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공천 작업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공천이 있으면 으레 공천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통상적인 수준과 다른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전여옥 의원의 탈당에 이어 최병국 의원이 탈당했습니다.
진수희 의원은 이재오 의원의 만류로 탈당을 보류하긴 했지만, 다른 친이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은 여전히 큽니다.
지난 7일 뉴스 M에 출연했던 진수희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진수희 / 새누리당 의원(3월7일)
- "당이 지역주민 의사와 전혀 배치되는 결정을 내릴 때 그에 승복하고 무소속으로 안 나가는 게 지역민에 대한 예의일지, 아니면 주민이 원하면 오히려 무소속으로 나가는 게 예의일지 이분법적으로 단정할 일은 아니다."
친박계에서도 탈당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친박계 좌장이었다가 사이가 소원해진 김무성 의원이 오늘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잔류와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친박계의 이탈은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친박연대에 있다가 합당으로 새누리당에 합류한 송영선 의원이 지난 2일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송영선 / 새누리당 의원(지난 2일)
- "결정이 그렇게 된다면 저도 평범한 한 사람이니까 아무리 애당심이 강해도 4년 만에 돌아온 친정에서 두 번이나 소박을 당하면 생각은 다시 한번 해봐야 하겠죠."
파주 갑 공천을 받지 못한 송 의원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친박계인 박종근 의원도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탈당과 함께 19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대구 경북에서 탈락하는 친박계 현역 의원들의 반발과 탈당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공천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말과 달리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이번 공천이 친이계 죽이기와 밀실 공천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위 25% 컷오프에 대한 여론조사를 전체 의원이 아니라 93명에 대해서만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는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과 탈당의 명분이 되는 셈입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강승규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강승규 / 새누리당 의원
- "컷오프 기준은 무원칙하고 고무줄 기준이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컷오프로 낙천한 의원들끼리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당이 이해할만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공천무효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다"
도덕성 기준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논란입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혐의만으로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도덕 공천을 강조했으나, 저축은행 비리, 청목회 후원금 등으로 논란이 된 의원들은 공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덕 공천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한쪽에서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 탈당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연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민 생각입니다.
전여옥 의원의 입당을 계기로 국민 생각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공천 탈락한 의원들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세일 / 국민생각 대표(3월9일)
- "특히 신생정당이기 때문에 기득권 양당보다는 두 배이상 빠르게 (총선 준비를 위해)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 출신 분들도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많은 분이 관심이 있습니다."
박세일 대표는 현역 의원을 모아 자유선진당과 합당하고 나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생각과 달리 탈락한 의원들의 입당 러시가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탈락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한 축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추진하는 신당입니다.
YS계인 김덕룡 상임의장은 이명박 정부를 만든 핵심 6인회 멤버여서 상도동계와 이명박의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도 당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면 몰라도 국민생각과 합해 같이 가는 것은 아직은 신뢰관계가 부족하다며 신당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통합당쪽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의원을 중심으로 가칭 '정통민주당'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광옥 전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한광옥 / 민주통합당 전 의원
- "스스로 폐족이라고 부를 만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하는 노무현 세력이 점령군 행세를 하며 정통 민주당세력에 대해 '공천학살'을 자행한 건 역사의 후퇴이다"
여기에는 국민생각 공동 대표를 하다 물러난 장기표 씨도 합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당 창당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많은 정치전문가는 이들의 실험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천 탈락과 이에 따른 신당 창당이 명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친박과 친노중심의 공천이다. 그래서 내가 불공정하게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이들의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정치입니다.
새로운 정당과 무소속 출마자들의 바람이 어떻게 불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