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이 이른바 텃밭에서 대거 물걸이 공천을 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오늘 호남권 27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에서 현역 의원 6명을 탈락시켰습니다.
김영진, 강봉균, 최인기, 신건 의원이 탈락했습니다.
목포의 박지원 의원과 여수을의 주승용 의원만 단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습니다.
탈락한 현역 의원들은 민주통합당 정체성에 맞지 않다거나 지역 민심이 좋지 못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경선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그 자체가 충격적입니다.
또 호남의 30개 지역 가운데 23곳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해 경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추가로 탈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정동영 상임고문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강남을은 대변인을 지낸 전현희 의원과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현역 의원에게 대거 공천을 주고, 지분 나눠먹기 식으로 공천을 줬다는 비판을 받은 1, 2차 공천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역시 대폭의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습니다.
하위 25%를 탈락시키겠다는 공약에 따라 영남권에서 현역 의원 30여 명이 탈락했습니다.
특히 대구 5곳 등 총 13곳이 추가로 전략 지역으로 지정돼 전략 지역이 모두 35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친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과 전여옥 의원, 신지호 의원의 지역구도 전략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황영철 대변인은 앞으로 14곳 정도가 추가 전략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물갈이 공천에 목숨을 거는 것은 '물갈이 폭'이 총선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현상'이 말해주듯, 지금 국민은 현 정치권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고, 그런 국민의 마음을 공천에 담지 못하면 선거는 필패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 봉투 사건과 디도스 파문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던 새누리당이 공천 쇄신을 통해 살아났지만, 공천에서 과거 구태의 모습을 보여준 민주통합당은 다시 외면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여야 지도부로서는 물갈이하고 싶지 않아도 안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셈입니다.
그러나 물갈이 폭이 크면 클수록 탈락자들의 반발 또한 크고, 그 저항 또한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문대성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한 엄호성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는 물론이고 공천 위원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다른 탈락자들도 무소속으로라도 나가겠다며 끝까지 선거에 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송영선 새누리당 의원이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송영선 / 새누리당 의원(지난 2일)
- "결정이 그렇게 된다면 저도 평범한 한 사람이니까 아무리 애당심이 강해도 4년 만에 돌아온 친정에서 두 번이나 소박을 당하면 생각은 다시 한번 해봐야 되겠죠."
이들을 하나의 무소속 연대로 묶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역구가 전략지역으로 지정된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상수 / 새누리당 의원(2월27일)
- "이길 수 있는 후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는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안상수보다 경쟁력이 뒤처지는 후보가 선정된다는 것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치이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박근혜 비대위원장까지 나서 이들을 다독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이번에 공천받지 못한 사람들도 새누리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열심히 뛰었지만 아쉽게도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드린다"
민주통합당에서도 구 민주계 다선 중진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원로들을 중심으로 '민주동우회' 결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번 공천이 친노세력에 의한 구 민주계 죽이기라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한광옥 /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2일)
- "이번 공천 과정에서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친노 세력이 당권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에 빠졌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빼앗긴 세력이 반성 없이 민주당의 주류가 됐다."
정균환, 안규백 의원을 비롯해 오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당 지도부로서는 이들을 다독이는 게 물갈이 공천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 됐습니다.
박지원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분열은 패배다. 구민주계의 집단 반발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천 결과를 놓고 호남 물갈이, 친노 부활, 옛 민주계 공천 학살 등 평가가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모두 민심을 얻으려면 물갈이 폭을 키워야 하지만, 그만큼 탈락자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도 막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탈락자들의 무소속 연대가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만큼이나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친박연대는 친박계 학살이라는 명분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이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국민적 공감대를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자신들이 당선되긴 어려워도, 표를 분산시켜 친정 후보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갈이 공천과 탈당 막기는 분명히 반비례 관계입니다.
여야 지도부는 둘 중 어느 것을 택할까요?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승패는 어쩌면 물갈이 폭과 함께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를 얼마나 막느냐가 좌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갈이 공천과 탈당 막기, 그 복잡한 함수 관계의절묘한 정답을 여야 지도부가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