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평소라면 오늘 주요 신문의 주요 머리기사는 이명박 대통령 기자회견이 차지했겠지만, 이보다 더 크게 드러난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기피 논란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브란스 병원 측은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이 허리디스크가 맞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윤도흠 / 연세대 의대 교수(22일)
- "척추 디스크 뒤쪽에 관절의 각도와 퇴행의 정도가 같다고 판정이 돼서 최종적으로 저희는 작년 12월에 촬영한 MRI와 오늘 촬영한 MRI 상의 환자는 동일인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논란을 따라가 볼까요?
강용석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다른 사람의 허리디스크 사진을 병무청에 제출해 군대를 면제받았다고 수차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심지어 주신 씨가 뛰어다는 동영상을 제보하면 500만 원까지 주겠다고 포상금도 걸었습니다.
주신 씨의 일상생활과 그의 여자 친구 신상까지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여기에 일부 의사들이 다른 사람의 척추디스크 사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보탰고,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 논란은 어제 박원순 시장의 아들이 MRI를 다시 촬영하고, 허리디스크가 맞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끝이 났습니다.
의혹을 제기했던 강용석 의원은 사과와 함께 즉각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강용석 / 무소속 의원
- "재검 과정과 의학적 판단에 대해서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 드린 대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있었던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당사자와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물론 박 시장이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아들의 몸무게와 특이 체형이라는 사실을 공개했으면 논란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강용석 의원이기에 그의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게 사실입니다.
사적 비밀인 의료기록을 들춰내고, 대학병원과 병무청 등 사회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겁니다.
강용석 의원의 의원직 사퇴도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강 의원이 제출한 사직서가 처리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거나, 국회의장이 이를 수리해야 하는데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언제 본회의가 열릴지 알 수 없습니다.
또 박희태 국회의장도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장직 사퇴서를 제출해 사실상 국회의장이 공석인 상황이어서 강용석 의원의 사직서가 처리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강용석 의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18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강용석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의원직 사퇴가 처리되더라도 강 의원이 이번 총선에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차례 무소속 출마를 공언했던 강 의원은 어제 총선 불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강 의원에게 영원히 정치권을 떠나라며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 시장 말대로 강 의원이 정계를 아예 떠날지는 불투명합니다.
사실 강 의원이 무차별적인 폭로와 고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강 의원은 지난 2010년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성희롱 발언을 해 새누리당에서 출당조치를 당했습니다.
이때부터 강 의원은 고소 고발 남으로 변신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의혹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개그면 최효종 씨를 국회의원 모독조로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강 의원은 왜 그랬을까요?
지난 1월2일 MBN 뉴스 M과 가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강용석 / 무소속 의원(1월2일)
- "저는 정치를 잠깐 한번 하고 말려고 시작한 건 아니고요. 60살까지 정치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국민이 선택 안 해주시면 모르겠지만, 선거도 계속 나올 거고요.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되는 방법은 인지도를 엄청 높여서 저희 지역구 주민들에게 강용석이냐 아니냐 이런 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인지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나름 생각한 결과 했던 일련의 행동들입니다."
강 의원이 집요하게 거물급 인사들을 공격하는 이유 이해가 되셨습니까?
강 의원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든 말든, 비난 전략이든 뭐든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 되는 게 목표였던 셈입니다.
강 의원의 얘기 다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강용석 / 무소속 의원
- "박원순 시장을 계속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물총 스나이퍼다' '되지도 않는 공격했다' '오히려 공격해서 당선됐다' 이렇게 하는데 만일 박원순 시장이 제가 공격한 문제를 가지고 기소가 된다면 여론이 확 반전되지 않을까요?
(앵커: 공격 중 한번이라도 성공하면 된다) 한번이라도 성공하면이 아니라 저는 성공할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그 한 번의 성공이 절실했던 강 의원은 끝내 성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강 의원의 전략이 정말 실패하고 좌초한 것일까요?
그의 집요한 의혹제기와 공격은 정말 여기가 끝일까요?
그의 말을 들어보면 여기가 끝이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강 의원이 이번 총선에 나올 것이고, 이번이 아니면 언제라도 다시 정치권에 등장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새누리당 비
국회에서는 이른바 정봉주법, 나경원법과 같이 표현의 자유와 무분별한 폭로를 구별하는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전한 비판을 위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적 흠집 내기를 통해 특정 이익을 챙기려는 관행을 정치권 스스로 없앨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