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난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습니다.
설 민심을 전하는 정치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 너무 안 좋다',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워도 어쩔 수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등입니다.
민심을 들은 각 당은 바빠졌습니다.
먼저 한나라당 비대위는 이번 주 안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물갈이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 민심을 반영한다면 대구 경북을 포함해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도 현역 의원 대폭의 물갈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적절치 않다"는 말 한마디에 일단 수그러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워낙 안 좋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대통령 탈당 얘기는 언제든 다시 물 위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공천 심사 결과 친이계가 대거 탈락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 탈당과 맞물려 큰 분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와 만나 화합을 도모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또 야권 대통합처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추진하는 '국민 생각' 등 당 밖의 세력과 이른바 보수연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민주통합당도 바빠졌습니다.
통합에 따른 기대효과로 설 민심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과연 한나라당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따가운 시선도 많기 때문입니다.
당면한 가장 시급한 사안은 돈 봉투입니다.
그동안 돈 봉투 사건은 주로 한나라당에서 거론돼 민주통합당은 그동안 반사이익만 얻었습니다.
그러나 설 연휴를 앞두고 터져 나온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의 돈 봉투 의혹은 돈 봉투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돈 봉투가 오간 시점이 불과 한 달 남짓에 불과해 관련자들 기억이 생생하고, 또 이를 확인해 줄 CCTV 화면도 있어 검찰 수사가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은 미적거리면서 민주통합당 수사만 속도를 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증거가 명확하면 민주통합당으로서도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 역시 오늘 이미경 의원을 총선기획단장에 임명하는 등 공천 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우선 설 연휴를 앞두고 귀국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행보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 "미국에서 보니까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렇게 정치하시는 분들이 맡은 바 소임을 잘한다면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안 교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또 일각에서는 대선과 관련한 질문에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안 교수의 모호한 화법이 독이 될지, 아니면 득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도 총선 출마를 할지, 한다면 어디에서 출마할지를 놓고 깊어 고심에 빠졌습니다.
지역 민심은 여전히 지역구인 대구를 원하고 있지만, 대선 후보인 만큼 총선 불출마나 비례대표, 또는 수도권 출마 얘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은 "박 위원장이 국가지도자로 가려는 분이기에 지역구에 얽매이는 건 옳지 않다.'라며 수도권 출마를 압박했습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첫 정치시험대에 섰습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청렴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한 번도 정치력을 검증받지 못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평가는 그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자 동시에 한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문재인 이사장이 대선 후보로 우뚝 설 수 있는지가 이번 총선에 달렸습니다.
정치의 계절,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