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는 한마디로 친노 세력의 부활을 알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장의위원장까지 맡았습니다.
2위를 한 문성근 후보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른바 '노사모'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열린우리당 해체 이후 친노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기는 처음입니다.
노무현의 부활은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있었습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가 이미 노무현의 깃발을 들고 광역단체장에 선출될 때부터 친노 세력의 부활은 예견된 셈이었습니다.
여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안철수 교수와 더불어 야권의 유력대선주자로 꼽힙니다.
한명숙 대표의 선출은 문재인 이사장의 대권가도에 힘을 보탤 게 분명합니다.
한명숙 대표의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하는 이해찬 전 참여정부 총리는 야권의 핵심 전략가로 민주통합당 통합을 주도하면 다시 정치권에 등장했습니다.
친노 바람은 오는 4월 총선에서도 강하게 불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김경수 전 봉하재단 사무국장, 양정철 전 참여정부 홍보기획비서관 등 많은 친노 인사들이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합니다.
그야말로 올해 총선과 대선에 친노 세력이 대거 등장하는 형국입니다.
2008년 대선 패배로 사실상 해체됐던 친노세력이 이렇게 부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설적이게도 2008년 대선 패배를 안기며 친노세력을 해체위기로 몰고 갔던 이명박 정부가 바로 부활의 일등 공신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오늘 트위터에 "노무현의 실민심으로 집권한 MB가 자신의 실민심으로 노무현을 부활시킨 셈"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았던 사람들이 이제 국민을 대신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정철 전 참여정부 비서관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양정철 / 전 참여정부 홍보기획비서관
(질문) 그때 심판을 받으신 분들이 지금 정권을 다시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율배반적인 게 아닐까 싶어요.
(답변) 재임 중에 미처 보지 못했던 살아계실 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노무현 적 가치, 참여정부의 일종의 성과가 재평가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극복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피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다른 정부가 들어선 것이 저희가 다시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라는 게 돌고 돌면서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라면 친노 세력의 소멸과 부활은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을 친노세력이 장악함으로써 총선과 대선구도는 어쩌면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로 치러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재자라는 평가와 함께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시민 민주주의의 선구자라는 평가와 함께 경제에 서툴었다는 평가를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
너무나 대비되는 두 전직 대통령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독재자 이미지를 지우고 민주적 이미지를 더해 선거에 나서려고 할 것입니다.
한명숙 대표는 무능과 분열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경제 비전을 보여주려 할 것입니다.
박근혜와 한명숙 두 여성 리더들이 이끄는 전직 대통령들의 대결이 벌써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