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후계자로 공식화한 지 8개월 만에 이뤄진 방중에서, 김정은은 가장 먼저 김일성과 관련된 유적지를 순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강태화 기자.
【 기자 】
네, 외교통상부입니다.
【 질문 】
오늘 아침 김정은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동선이 파악되고 있습니까?
【 기자 】
네, 오늘 아침 7시쯤 열차편으로 중국 투먼에 도착한 김정은은 현재 무단장을 거쳐 하얼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투먼에 도착한 뒤 열차가 무단장 쪽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는데요.
이후 육로를 이용해 헤이룽장성 무단장에 있는 '김일성 혁명 열사탑'을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전 9시쯤 무단장의 북산에서는 김 부위원장 일행이 탄 차량 수십여 대가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참배를 마친 뒤에는 또다시 전용열차를 타고 하얼빈 쪽으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질문 】
당초 중국의 경제 관련 구역을 먼저 들를 거란 전망이 나왔는데, 동선이 좀 달라졌군요?
【 기자 】
지금 김정은의 동선은 지난해 8월, 부친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던 길의 역순을 따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방중에서 김일성 열사탑에 참배한 바 있는데요.
김정일이 '창춘-하얼빈-무단장'의 순서로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정은은 순서를 반대로 해서 무단장을 거쳐 하얼빈과 창춘으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김정은은 다시 열차로 하얼빈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은 하얼빈에서 항일 기념관을 둘러보고 하루를 묵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내일은 중국 동북지역의 산업현장에 들러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관련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
역시 이번 방중의 목표는 후계 구도에 대한 중국의 인정을 받겠다는 걸로 파악할 수 있는 거죠?
【 기자 】
김정은의 방중은 혈맹 관계인 중국에 북한의 공식후계자임을 인정받기 위함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년 '강성대국' 완성의 해를 앞두고 대·내외에 후계자로서의 본인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데요.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인정받게 된 시점은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입니다.
불과 8개월 만에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굳힌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 역시 김일성으로부터 후계 수업을 받은 뒤 첫 행사가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김정일의 중국 방문은 후계자로 내정된 지 3년이 지나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의 방중과 그에 따른 후계 구도 이양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질문 】
아직 8개월밖에 안 된 상황인데. 중국에서 특별한 외교 성과를 낼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 기자 】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방중은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기보다는 북한 후계 구도에 대한 중국의 인정을 받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후계자 내정 이후 내부 통치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나마 북한 언론에서 김정은의 영향력을 반영하는 구호가 보도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 방중에서는 남북관계 조율이나 경제 협력 목적 등 외교 분야에 나서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수행원으로 나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대표적인 김정은의 후견인이라는 점도 후계자 공인을 위해서 방중했다는 데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아울러 열차를 타고 혁명 유적지를 방문하는 '후계자로서의 답사 루트'를 밟을 전망이어서, 3대 세습의 정당화란 메시지를 알려 내부 결속과 대외 공인을 추구한다는 분석입니다.
【 질문 】
방중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는지도 관심일 텐데요.
【 기자 】
일단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회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정은이 북한의 2인자이자, 차세대 권력으로 부상한 상태에서 이뤄진 첫 방문인 만큼 중국에서도 차세대 권력과 접촉한다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또 김정일의 지난해 방중에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창춘을 직접 찾아와 김 위원장을 만났던 만큼, 이번에는 시진핑 부주석의 회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밖에 중국의 고위 인사를 잇달아 만나, 차기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려 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 】
김정은 방중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기자 】
일단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은의 방중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 때문인 점도 있지만, 북한 권력 구도를 국제적으로 추인받는 일인만큼 큰 목소리를 내기가 부담스러운 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번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없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
외교부와 통일부에서도 특별한 공식 언급은 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방중이 면이 서려면, 식량지원 등의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방중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당장 남북관계 등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외교통상부에서 MBN뉴스 강태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