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뉴미디어 혁명은 먼 얘기.."쿠바.이란과도 달라"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 "북한 주민중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되나요? 5명 혹은 11명쯤 되나요?" "아마도 그것보다는 약간 많을 겁니다"
미국 상원 빌딩에서 15일 열린 미 방송위원회(BBG) 주최 토론회에서 사회자와 북한문제 전문가가 북한의 인터넷 개방도가 얼마나 열악한지에 관해 주고 받은 다소 희화적인 질의 응답 장면이다.
이날 토론회는 이집트 민주화를 가능케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뉴미디어혁명이 북한이나 이란, 쿠바 등의 폐쇄국가에도 가능한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독재국가들이 뉴미디어 혁명이 전염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인터넷 연결이 차단돼 중동국가들보다 더욱 폐쇄적인 북한에 뉴미디어를 통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기는 극히 힘들다는게 참석자들의 일치된 진단들이었다.
1980년대 김일성대에서 유학한 북한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의 인터넷 환경, 정보 개방 수준을 묻는 쏟아지는 질문에 "북한은 과거 소련의 스탈린체제보다도 더 스탈린주의적 체제이며, 역사속에서 북한처럼 정보통제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중국 인민일보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발행되는 매체를 포함해 어떤 외국의 발행물도 당국의 검열을 거치지 않고는 북한에 돌아다닐 수가 없으며, 위성수신라디오를 소유하는 것은 정치적 범죄에 속한다"고 말했다.
같은 `폐쇄사회'로 분류돼 같이 토론 대상으로 오른 이란, 쿠바와 비교해도 북한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정보가 통제된 국가라는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뉴미디어, 뉴테크놀로지,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한 폐쇄사회의 민주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지만 `뉴미디어'는 커녕 '올드미디어'도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 북한의 뉴미디어 혁명 논의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 크리스토퍼 워커는 정보 환경면에서 "북한은 쿠바, 이란과도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란도 지난 2009년 대선결과 불복시위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돼 `엄지의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휴대전화.인터넷이 매개가 됐고, 텍스트 교환,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하는 쿠바와도 북한은 다르다는 것.
미국 마이애미에서 송출되는 대(對) 쿠바방송인 TV. 라디오 방송 '마르티' 책임자인 카를로스 가르시아 페레즈는 최근 쿠바에 민주화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TV, 라디오 송신 일변도를 탈피해 인터넷, 휴대전화 수단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페레즈는 "쿠바 국민들이 텍스트 메시지를 어떻게 교환하며,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찾아내 이들을 포커스 그룹으로 정하고 이들이 원하는 정보를 만들어 고정적인 수신자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VOA(미국의 소리방송) 페르시안 네트워크의 이란 정치문화 풍자 프로그램 '파라지트'(Parazit) 진행자인 캄비즈 호세이니는 "고전적 방식을 탈피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이란내 29만명이 넘는 `친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이란 국내의 불법적인 위성송신기나 인터넷, 불법반입 DVD로만 프로그램을 전파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셜미디어 영역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철통같은 선전사회라고 강조한 란코프 교수는 "북한에 친구가 있다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과 외부세계 소통의 투르를 뚫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나마 1990년대 이후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을 통해서 드나들고, 북쪽 국경지대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화돼 외부세계의 정보들이 국경을 통해 스며드는 것은 변화의 징조라고 란코프 교수는 전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중국쪽으로 드나들면서 중국의 성공스토리들이 장마당을 통해 번져가는 것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