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4일 독립기념일 휴가를 가던 중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고를 접하고, 이때 북한 미사일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뻔 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이 쓴 회고록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Known and Unknownㆍ사진)이 8일 공개됐다. 그는 "즉각 발사할 수 있는 10여 개 이상 요격미사일이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있었으며, 당시 요격미사일 발사명령권은 긴박성을 감안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면 보복 행동을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았다"며 "당시 그 판단은 옳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발사 42초 후 실패로 끝나 북한 영역에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체제와 관련해 "북에 경제적 지원이나 난방유 원조 등 유인책을 제공하기보다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강력하게 펼치면 북한 군부의 고위 장성 일부가 김정일 체제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2006년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은 북한문제를 전적으로 국무부의 업무로 생각했다"며 대북정책 헤게모니를 국무부에 빼앗겼던 사실을 토로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과 힐 대표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종식시키기 위해 북한과의 합의가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2003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라크 파병 논란을 보면서 "50여 년 전 미군의 참전으로 자유와 경제적 성공을 일군 한국이 `역사적 기억상실증`에 걸렸구나 하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은 이날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이라크에 WMD가 있다는 정보는 확실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한때 자신의 딸들에게 6000만달러의 현상금
그는 "2003년 국가안보회의에서 부시 당시 대통령의 두 딸과 내 딸들에게 현상금이 붙어 있다는 보고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또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런 얘기를 보고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