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아이디어..주UAE대사, 왕실 찾아가 요청
30일 오전 4시20분께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이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이 타고 온 비행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왕실 전용기.
오만 수도 무스카트 항에서 입항을 대기 중인 삼호주얼리호에 격리돼 있던 해적 5명은 무스카트 공항까지 최영함의 링스헬기로 이동, 대기 중이던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오게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 정부가 UAE측에 지원을 요청한 지 5시간 만에 이를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왔다"면서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자가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균 주 UAE 대사는 지난 26일 UAE의 외교부 대신 왕실을 직접 방문, 해적 이송과 관련한 UAE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당일 오후 10시 "오만으로 왕실 전용기를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UAE측의 파격적인 지원에 우리도 놀랐다"면서 "게다가 통상적으로 업무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중동국가의 문화를 고려할 때 이같은 의사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당초 해적들의 이송을 위해 민항기나 공군 수송기 C-130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항기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군용기를 이용할 경우 주변 9개국의 영공 통과 협조를 비롯한 중간 급유를 위해 들리는 5∼6개국의 허가를 받는 등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절차도 복잡했다.
민.군용기를 이용한 이송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인근 지역의 최대 우방인 UAE에 도움을 요청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 대사가 '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적극적으로 UAE의 협조를 구하자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번 협력 배경에는 UAE와 그동안의 우호협력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2009년 12월 이 대통령의 UAE 방문 및 한전의 UAE 원전사업 수주를 계기로 한국은 중동 국가로는 처음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우리 특전부대의 대테러시범을 보고 파병을 적극 요청했고 국방부는 지난 11일 130여명의 특전사 훈련단(아크부대)을 UAE 알 아인에 파견했다.
UAE군 부총사령관이기도 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부는 마지막까지 군용기를 이용하는 방안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UAE 측의 응답을 받은 이틀 후인 28일에야 최종 결정을 내렸다.
전용기를 이용하려면 우리 헬기로 먼저 해적들을 오만까지 이송해야
그러나 지난 21일 구출작전 초기부터 협조해 온 오만이 최종 순간에 영공통과 허가를 내줬고 해적들은 29일 오후 8시30분 아크 부대원으로 구성된 해적호송 요원 10여, 우리 외교부 직원 1명과 함께 전용기에 올라 한국으로 압송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