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의 문구는 토씨 하나와 작은 뉘앙스에도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도 영어와 중국어, 각각의 해석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문구들을 남겨뒀습니다.
황주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영어와 중국어로 각각 발표한 공동성명.
그러나 두 언어의 표현 수위는 사뭇 달랐습니다.
먼저 남북대화에 대해 미묘한 견해차가 엿보입니다.
두 정상이 공동 성명에서 "양국이 남북관계 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힌 다음 대목입니다.
영어로는 남북대화가 '필수적인 조치'라는데 합의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중국어로는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영어 표현에서는 6자회담에 앞서 남북 간 직접대화가 반드시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인식이 충분히 반영됐습니다.
그러나 중국어 표현에서는 남북대화가 중요하다는 뜻만 있을 뿐, 필수적이라는 의미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로는 "미국과 중국이 '우려'를 표시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어로는 부정적 의미의 '우려'가 아닌, '큰 관심을 표시했다'는 보다 중립적인 뉘앙스로 다르게 표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 문제에 미국과 같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보기에는 미묘한 온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동성명의 문안을 영어와 중국어로 각각 만들면서, 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절충 지점으로 남겨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입니다.
MBN뉴스 황주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