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티즈는 참지 않긔’도 옛말
흔히 비글, 코카 스파니엘, 미니어처 슈나우저를 ‘3대 지랄견’으로 꼽는다. ‘3대 천사견’도 있다. 골든 리트리버, 푸들, 진돗개다. 그런데 이웃의 ‘슈슈’는 슈나우저지만 소심 끝판왕이고, 푸들 ‘또롱이’는 개든 사람이든 눈에 띄기만 하면 목청이 터져라 짖어 댄다.
몰티즈는 참지 않을 수도 있다‘몰티즈는 참지 않긔’라 제목 붙인 영상을 종종 만난다. 화면 속 몰티즈들은 눈을 치뜨고 노려보거나, 큰 개 앞에서도 쫄지 않고, 심기를 건드리면 보호자한테도 이를 드러낸다.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확실해 훈련도 쉽지 않다. 그런데 몰티즈만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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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언스플래시] |
체중이 많이 나가는 반려견일수록 대담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체중이 적은 반려견은 더 조심스럽고 두려운 반응을 내보였다. 체고가 낮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반려견은 과잉 행동과 경계 행동을 더 많이 표현했다. 요약하자면 대형견은 대담하고 애정 표현을 잘하는 편이며, 소형견은 조심스럽고 경계심이 많다는 결론쯤 되겠다. 표본이 크고 다양한 견종이 포함된 만큼 신뢰성이 높고 인용된 횟수도 많다. 소형견을 반려하는 나도 그럭저럭 고개가 끄덕여진다.
리트리버도 참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연구에서도 일반화하기 힘든 특이점이 발견되었다. 가령 체고가 높은 반려견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물체를 쳐다보며 경계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 체고가 낮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반려견은 익숙하지 않은 물체보다 보호자를 더 쉽게 공격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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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언스플래시] |
그렇다면 견종에 따른 성격 구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뻔하지만 결론은 태생적 조건보다 후천적인 조건, 즉 사회화 교육과 양육 환경, 반려인의 성향 등이 개의 성격과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몰티즈가 ‘참지 않는 개’의 대명사로 등극한 것도, 우리나라 반려 가구 넷 중 하나가 몰티즈를 키우는 만큼 노출 빈도가 많은 데서 이
견종별 성격 규정이 아주 근거 없지는 않지만, 우리가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건 그 개별 존재를 이해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그들은 슈나우저나 푸들이 아니라, ‘슈슈’와 ‘또롱이’니까.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