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쓰레기 문제 대두...‘노(NO) 탕후루존’도 생겨나
중국 길거리 간식인 탕후루가 한국에서 대유행하고 있다. 탕후루는 귤, 딸기, 샤인머스캣, 방울토마토 등 여러 가지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간식이다. 한국에서는 과거 명동, 차이나타운 등에서 주로 판매되다가 최근 SNS 인증샷 열풍과 함께 MZ세대 사이 가장 트렌디한 먹거리로 떠올랐다.
↑ 사진=매경DB |
국내 탕후루 열풍의 시초는 유튜브다. 먹방 유튜버들이 영롱한 코팅막 속의 탕후루를 리뷰하기 시작하면서 관심도가 높아졌다. 설탕을 굳힌 만큼 먹을 때 ‘아그작아그작’ 부서지는 소리가 나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로도 손색이 없다.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에서 탕후루 먹방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해시태그와 함께 알록달록 탕후루 인증 사진을 올리는 일반 이용자도 넘쳐난다.
탕후루를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도 유행이다. 설탕 시럽을 끓여 과일 표면을 매끈하게 코팅하는 식인데, 이 과정과 성공 방법, 실패 사례 등을 담은 영상이 활발히 공유된다. 특히 10~20대 사이에서는 탕후루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탕후루 열풍을 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특히 저연령층의 지나친 당 섭취와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일에 설탕 시럽을 가득 발라서 굳혀 먹는 탕후루는 설탕과 과일이 주재료인 만큼 고당식으로 분류된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비만의 원흉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0일 대한비만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소아비만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기는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탕후루를 다 먹고 난 뒤의 쓰레기 처리가 문제시되기도 한다. 설탕물이 묻어 끈적거리는 꼬치와 종이컵 등이 길거리에 무방비로 버려지고 있어서다. 탕후루 가게들은 따로 쓰레기통을 마련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으나 꼬치를 들고 자리를 떠난 뒤 길가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까지는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젊은 층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이들이 늦은 시각 술집에서 나와 탕후루를 사 먹고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침마다 길가에 널브러진 탕후루 쓰레기를 보는 게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탕후루 반입금지’, ‘노(NO) 탕후루존’ 등의 안내문을 붙이는 곳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이러한 일부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탕후루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슈니발렌’, ‘벌집 아이스크림’, ‘대왕 카스텔라’ 등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금세 사라져버린 디저트도 많긴 하지만, 탕후루 대유행은 알록달록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과 중독성 있는 단맛,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SNS 인증샷 열풍 등이 합쳐진 결
식품업계 관계자는 “10~20대 친구들이 부담 없이 사 먹고 만족스러운 인증샷까지 남길 수 있는 디저트가 몇 없다”면서 “탕후루 먹방, 탕후루 만들기 등 SNS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유행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