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주머니 같이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편의점. 특히 최근 1~2년 새 국내 주류 시장이 커지며 음용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RTD(Ready to Drink) 제품, 그중에서도 각각의 특색을 담은 하이볼 RTD 상품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 기자 역시 해당 트렌드에 합류해봤다. ‘내돈내산’ 하이볼 제품은 어땠을까.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사진 포토파크) |
지난해부터 하이볼, 위스키의 수요가 높아지며 편의점 브랜드마다 발빠르게 전용 RTD 하이볼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위스키, 토닉워터, 레몬 등 취향에 맞는 재료를 구매하는 데 번거로움을 느끼던 것에 비해, RTD 하이볼은 소비자가 별도의 제조 과정 없이도 기호에 따라 얼음만 넣어 마시면 되기 때문에 음용 편의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GS25의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RTD 주류 상품의 경우 전년 대비 동 기간 매출 증가율이 2월 117%, 3월 220%, 4월(1~26일) 277%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마트24 역시 지난 6월(1~20일) 하이볼 매출을 확인한 결과 전월 동기간 대비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맥주나 소주 등의 증가율은 10~2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RTD 하이볼 제품의 경우 가격 역시 무시 못할 부분이다. 편의점 RTD 하이볼의 경우 3,000~6,000원까지 달한다. 주류 전문점에서 직접 제조한 하이볼의 가격대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소주, 맥주, 막걸리 등 다른 주류에 비해 가격적인 강점은 적은 셈이다. 사실상 RTD 하이볼은 소비 타깃의 확장에 초점을 맞춘 상품으로 보인다. 하이볼 열풍에 의해 음주문화 변화가 일자 2030세대가 주요 타깃이 되면서, 위스키나 하이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해당 제품이 적절한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 GS25 하이볼 상품(사진 GS리테일) |
GS25는 지난 4월엔 ‘버번위스키 하이볼’을 선보였다. 아메리칸 버번위스키에 콜라를 믹싱해 마시는 버번콕을 모티브로 개발한 상품이다. 옥수수 등 곡류의 단맛이 특징인 버번위스키에 청량하고 달콤한 콜라 플레이버를 더했다.
CU의 경우 지난해 11월 선보인 어프어프 하이볼 2종(레몬토닉, 얼그레이)이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20만 개 완판을 기록했다. 그에 이어 지난 2월 초에는 고량향에 토닉워터와 파인애플향을 더한 RTD 주류로 ‘연태토닉’을 선보였다. 2030세대 사이에서 연태고량주로 만드는 하이볼, 이른바 연태하이볼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된 연태토닉은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뒷맛을 자랑하며, 뚜렷한 파인애플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 CU 하이볼 라인업(사진 BGF리테일) |
Pick#1 짐빔 하이볼 레몬
빔산토리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한 짐빔하이볼 제품이다. 가장 익숙한 하이볼 브랜드이다 보니 구매 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편의점에서 산 짐빔 하이볼 레몬에는 정제수, 액상과당, 위스키, 주정, 레몬주스 등이 들어있다. 사실 이 제품의 가장 놀라운 부분은 캔 오프너의 디테일. 오프너 끝이 동그랗지 않고 평면으로 되어 있어, 큰 힘을 가하지 않아도 열린다. 하이볼 전용잔이 없어서 기자는 기네스 전용잔을 사용했다. 술을 따르고 첫 맛을 보니, 단맛과 위스키의 향이 적절한 비율이 마음에 들었다. 평소 마시는 짐빔 하이볼의 맛을 잘 구현한 편이다.
본래 하이볼은 먼저 잔에 얼음을 넣어 칠링(차갑게)한 뒤, 술을 부어야 했지만 제품의 온전한 맛이 궁금해 먹는 중간에 얼음을 추가해보기로 했다. 기포가 빠르게 올라오며, 술이 얼음에 희석되어 갔다. 다시 마셔보니 목 넘김이 조금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만약 하이볼 입문자들에게 추천한다면 해당 제품이 되지 않을까. 매운 음식과도 조합이 좋을 듯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하이볼 기사 준비를 하며 빅데이터의 안배 때문인지 휴대전화에 하이볼 RTD 관련 게시물이 뜨기 시작했다. 몇 개의 게시물에서 짐빔 하이볼&김치만두 조합을 보게 됐고 궁금증에 고기, 김치만두를 사와서 함께 즐겨봤다. 이런. 개인적으로 마감 후 동네 술집에서 즐기는 치즈 오믈렛과 하이볼 조합을 좋아했는데, 갓 찐 김치만두가 그 자리를 위협할 줄이야.
↑ (사진 이승연 기자) |
↑ (사진 이승연 기자) |
패키지는 모던한 매력이 있다. 생강 그림과 함께, 한정판(Limited Release) 문구도 들어가 있다. 생강을 떠올리게 하는 노란색도 보인다(오리지널은 회색, 얼그레이는 보라색이다). 김창수 하이볼 진저는 진저농축액과 천연진저향이 들어 있다. 그 밖의 원재료는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원액, 국내산 위스키원액, 설탕, 구연산 등이다.
호기심에 빠르게 오픈해 기네스 전용잔에 담았다. 천천히 먹어보니 혀 끝에 남은 진저 향에 입맛이 돌았다. 위스키와 토닉워터의 조합이라는 강렬함보단, 묵직한 진저에일을 마신 듯한 느낌도 든다. 도수는 4.5%로 생각보다 높은 편은 아니었다. 레몬 같은 별도의 가니쉬 없이도 충분할 듯. 국내 하이볼, 위스키의 매력을 키우는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창수 하이볼 3종(사진 GS리테일) |
↑ (사진 이승연 기자) |
일본에서 오래전 인기였던 오리지널 하이볼이 이런 맛이었을까. 우롱차와 위스키를 섞어 먹는다는 일본식 ‘우롱하이’를 생각나게 한다. 코슈 하이볼에 묘하게 곡물 맛이 난다고 생각했더니, 성분 중 옥수수식이섬유가 들어 있었다. 이 밖에도 원재료에는 위스키원액, 탄산수, 맥아당시럽, 옥수수과당, 레몬리큐르 등이 포함돼 있다. 코슈 하이볼을 먹기 전에 짐빔 하이볼을 먹었더니 짐빔의 톡톡 튀는 맛에 코슈 하이볼의 맛과 향이 묻혔나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이 제품은 스타터로 제격인 술이 아닐까? 일본의 하이볼 트렌드나, 위스키 본연의 향을 느끼고 싶다면 해당 제품은 매력적일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얼음과 레몬즙을 넣는 것이 인기라기에, 집에 있는 깔라만시를 대용으로 조금 타보았다. 시큼한 향이 나는 옥수수 하이볼이 탄생했다. 깔라만시가 문제였을까, 코슈 하이볼이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일까. 마무리에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Pick#4 어프어프 하이볼 얼그레이
↑ (사진 이승연 기자) |
어프어프 하이볼은 레몬과 얼그레이 맛 두 종류로 출시, 평소 얼그레이 하이볼을 좋아하는 터라 큰 고민 없이 골랐다. ‘박나래 하이볼’로 화제가 된 얼그레이 하이볼의 종착지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한입 머금었다. 그리고 바로 얼음을 부었다. 처음 머금을 땐 얼그레이와 진득한 단향이, 중간은 주정의 쓴향이, 끝은 시중에 파는 쌍화탕도 언뜻 떠오른다. 재료를 살펴 보니 주정, 오크칩, 홍차추출분말, 향료(스모크, 진저에일, 천연스모크향, 천연레몬향, 베르가못향), 구연산, 영양강화제 등이 들어 있다. 익숙하지 않은 조합을 만난 느낌. 위스키가 아닌 주정이 들어가 있었고, 단맛이 강렬했다. 얼음으로 희석해가며 조금씩 먹다 보니 잔이 빠르게 비워가기 시작했다. 달면서도 상큼한 음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제품이다. 하지만 도수가 9도에 달할 정도니, 마음 놓고 먹다간 순식간에 취기가 오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다.
ETC 미에로 하이볼, 안동하이볼
↑ (사진 현대약품) |
↑ (사진 CU) |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자료제공 포토파크, 각 브랜드, GS리테일, BGF리테일, 이마트24, 이승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6호(23.9.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