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한 곳이 식당인 대한민국에서 만둣국 메뉴 찾기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손만두에 진하고 시원한 국물 내는 곳은 손에 꼽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이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모두의 메뉴, 만두에 진심을 30년 이상 쏟아 부은 장인 정신 깃든 만둣집을 소개한다.
내공의 맛 이북 손만두집, ‘봉산옥 서초동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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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옥 서초동본점’ 만두전골 |
막바지 늦여름의 찌는 더위에도, 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도 어김없이 생각나는 봉산옥의 만둣국. 12시간 동안 푹 우린 양지 국물은 느끼함 전혀 없는 담백함이 일품이고 다진 고기에 배추, 숙주, 부추로 맛을 낸 깔끔한 소가 특징인 전형적인 황해도식 만두다. 두툼한 피에 사이즈도 제법 큰 편이지만 야채가 들어간 소는 퍽퍽함 전혀 없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바로 고명. 고기를 부드럽게 찢어 고춧가루 양념으로 매콤하게 무친 고명은 국물에 한 번 적셔 한 수저 뜨면 칼칼한 게 공깃밥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이곳에서 남은 국물에 밥 말아먹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봉산 만둣국만 먹어도 좋고, 2~3인이 함께 라면 만두 전골(소, 대)을 추천한다. 달짝지근한 배추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며 진해지는 국물 맛에 국수를 추가하거나, 진해진 국물에 술 한잔 곁들여도 좋다. 이런 반주파를 위해 오징어 순대, 녹두빈대떡, 육전 등 단품 메뉴도 다양하다. 해마다 받은 미쉐린 가이드와 블루리본 서베이의 마크의 수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그것보다 확실한 것은 손님들이 계속 찾아 검증된 맛, 바로 봉산옥의 내공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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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옥 서초동본점’ 오징어 순대 |
30년 전통 평양 손만두, ‘목로평양 만둣국’
1987년부터 만두를 빚어온 목로만두는 압구정역 노포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매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다음날 손님 상에 낼 만두를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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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로평양 만둣국’ |
이곳은 만두는 이북 스타일이지만 피가 쫄깃하고 얇은 편이다. 두부가 들어가 담백하고 슴슴한 첫 맛에 놀라고 씹을수록 고소한 만두소 재료의 감칠맛에 두 번 놀란다. 이곳의 만두를 제대로 느끼려면 간장을 찍어 먹지 않기를 권한다.
진한 국물의 만둣국에 공깃밥을 곁들이면 양 많은 대식가도 부족함이 없이 한 끼를 채울 수 있다. 만둣국 먹으러 왔다 늘 메뉴 앞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여름 특선 잣콩국수, 열무 국수도 일품. 빈대떡, 보쌈, 고추장불고기 등 단품 메뉴도 다양하니 손맛 좋은 한식이 그리운 날 가보자.
50년 전 명동 만두의 역사, ‘취사부 롯데월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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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사부 롯데월드점’ |
명동은 중식당과 유명 만두집이 많아 미식가들이 자주 가는 곳이었다. 50년 전 취사부 역시 그곳의 인기 만두집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곳으로, 그 중심엔 이강승 셰프가 있다.
만두 장인의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취사부는 현재 명동에는 없지만 쇼핑몰에 입점해 당시의 맛을 잊지 못하는 어르신을 비롯해 젊은
층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잠실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도 합세해 긴 웨이팅은 기본. 교자 만두, 물만두, 찜만두를 비롯 사골 만둣국 등 기본에 충실한 만두 메뉴들로 운영된다. 매장 한 편에 쉴 새 없이 만두를 빚고 있는 장인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글과 사진 최유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5호(23.9.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