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떠오르는 패션 트렌드를 꼽아보자면 ‘올드머니룩(old Monet Look)’을 빼놓을 수 없다. 올드머니룩은 미국, 유럽 등 서구 상류층이 승마나 요트 등을 즐길 때 입었던 패션 스타일을 모태로 한다. 화려한 색상이나 무늬보다는 클래식하고 유행 타지 않는 아이템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 브루넬로 쿠치넬리(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
올드머니룩은 올해 들어 MZ세대 사이에서 활발히 전파되고 있다. 명품 인기 속 평범한 디자인에 로고 하나만 박혀도 불티나게 팔리던 시기가 지나가고, 이제는 은은하게 부를 드러낼 수 있는, 아는 사람만 아는 패션이 각광을 받는다. 올드머니룩의 대표 브랜드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및 판매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꼽을 수 있다. 이 브랜드는 명품 로고 하나 없이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고품질과 최상급 캐시미어 소재로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 이상 늘었으며, 니트웨어부터 재킷, 팬츠, 스커트 등이 골고루 인기였다.
색상도 튀는 원색 대신 화이트, 베이지, 블랙 등이 주를 이뤘다. 프랑스 브랜드 ‘르메르’도 있다. 르메르는 1992년 론칭해 현재 듀오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 사라린 트란이 전개하는 파리지앵 감성의 브랜드다. 절제된 디자인과 고급 소재, 오묘한 색감이 특징이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브랜드 ‘르베이지’가 인기다. 이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타임리스 클래식을 모토로 최고급 소재, 자연스럽고 편안한 실루엣을 추구한다. LF는 캐시미어로 유명한 브랜드 ‘빈스’를 통해 올여름 니트, 가디건 등을 대폭 확대해 판매했다. ‘모태 금수저룩’ 트렌드와 함께 은은한 색감의 몽골산 캐시미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에서도 올드머니룩 트렌드는 두드러진다. 29CM가 지난 7월 한 달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린넨, 시어서커, 실크, 캐시미어, 트위드 등 소재 이름으로 유입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소재는 능직으로 짠 천을 뜻하는 ‘트위드’였다. ‘실크’와 ‘캐시미어’ 등도 각각 전년 대비 37%, 60%가량 검색량이 늘어났다. 이처럼 소재 특성을 부각한 기본적인 아이템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올드머니룩의 인기가 자리한다는 것이 29CM 측 분석이다.
올드머니룩이라고 해서 무조건 럭셔리 브랜드만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패션 플랫폼 W컨셉에서도 7월 한 달간 올드머니룩 관련 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증가했다. 여름철 수요가 높은 맥시 원피스와 롱·미디 스커트의 매출 신장률이 각각 50%, 45%로 특히 인기가 높았다. W컨셉 관계자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올드머니룩 특유의 깔끔하고 수수한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에 어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올드머니룩이 올해 대세로 떠오른 배경으로 사회경제적 요인을 언급하기도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5호(23.9.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