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인상폭
다른 가공식품 가격까지 오를라
오는 10월부터 ‘흰 우유 3,000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낙농진흥회가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ℓ당 88원 올리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는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인상 폭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각종 원부자재값, 인건비, 물류비 등이 급등한 상황인 만큼 다른 가공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오를 수 있다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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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DB[사진=이충우기자] |
이 시기에 맞춰 유업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흰 우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이미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데, 적자를 내고 제품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값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에도 유업체들은 흰 우유 제품가를 10% 안팎으로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1,000㎖ 제품 가격을 6.6% 올렸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기준 2,710원이던 1,000㎖ 우유 가격은 2,800원 후반대가 됐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900㎖ 제품 가격을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57%, 남양유업 역시 900㎖ 기준 2,650원에서 2,880원으로 8.67% 각각 올렸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자가격이 오른다면 흰 우유 1ℓ 가격이 3,000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단순히 우윳값만 오르는 게 아닐 것이란 점이다.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제빵·빙과·커피업계가 모두 원유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관련 제품까지 줄줄이 인상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이 전망된다.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상승 이후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이 20% 올랐고 과자류 가격도 10%대나 상승했다. 커피 전문점 등에서는 카페라테와 같이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 가격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정부 압박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앞서 지난달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우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유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유 가격이 인상폭이 정해진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도 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원유 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업계가 적극 협조해달라”며 “동시에 유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지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우유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가열해 미생물을 없앤 제품을 말한다. 멸균우유는 일반우유와 달리 보관 기간이 1~2년으로 길어 수입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1만8,379t으로 전년 동기 1만4,675t보다 25.2% 증가했다.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중량은 지난 2019년과 비교해 3년 만에 3배 넘게 늘기도 했다.
한국은 호주·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 등에서 멸균우유를 주로 수입하는데, 대부분 국산 일반 우유보다 1,000원 안팎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신선도 측면에서는 수입산 멸균우유가 국산 일반 우유를 따라올 수 없지만 영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