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변은 소화기 건강에 관련한 전반적이고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니 코 막고 눈 돌린 채 서둘러 풉백(배변 케이스)에 집어넣어 버린다면 변이 보여주는 건강 상태를 확인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두 눈 부릅뜨고 변의 굳기와 색깔을 살피자. 이는 반려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체내 혈액량이나 수분량이 부족한 개는 사료를 먹어도 장 운동이 느려 변이 몸속에 오래 머물고 그러는 동안 장에 수분을 다시 빼앗긴다. 이런 이유로 변이 굳는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변에서 수분이 빠져나갈 때 암모니아가 함께 빠져나가 혈액 안에 머물면서 간 세포를 공격한다. 이 때문에 딱딱한 변은 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설사도 가벼이 볼 수 없다. 특히 어리거나 노견이라면 설사가 지속될 경우 탈수증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사료를 갑자기 바꾸었을 때, 일상의 큰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위나 장에 염증이 생겼을 때, 바이러스 또는 기생충에 감염되었을 때 개들은 묽은 변을 본다. 이 밖에 음식 알레르기, 과식, 이물질 섭취, 호르몬 질환 종양 등도 설사의 원인들 중 하나다. 하루에 세 번 이상 설사를 하거나 설사에 피가 섞여 있다면 즉시 수의사를 찾아가자.
↑ 사진 픽사베이 |
가끔 풀밭에서 흰색에 가까운 개똥을 보면 어째서 흰 똥이 만들어질까 궁금했는데, 대개는 뼈 간식을 과하게 섭취한 경우라고 한다. 그러나 회색에 기름진 변이라면 췌장 기능 부전일 수 있다. 췌장에서 소화 효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지방 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이유로 기름진 회색 변을 보게 된다. 간이나 담낭 상태가 좋지 않으면 주황색 변을 보고, 노란색 변은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높다. 자극적이거나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먹었을 때 점액을 동반한 노란색 변이 나온다.
이웃의 ‘복돌이’처럼 풀을 즐겨 먹는 개들은 초록색 변을 누기도 한다. 다만 쓸개즙 분비가 과다하거나 기생충 감염, 살서제(쥐약) 중독 시에도 변이 녹색일 수 있으니,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