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이 하는 공통의 말이 있다. 결혼식 비용이 ‘모두 올라도 너무 올랐는데 이 비용을 내도 예식홀 예약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혼식에 꼭 필요한 3요소, 즉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예식홀 대여, 하객 식대, 그리고 신랑·신부를 위한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웨딩 촬영, 드레스 맞춤 혹은 대여, 헤어 및 메이크업)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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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2. 1억 원대를 호가하는 특급 호텔 결혼식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결혼식이 등장했다. 서울 남산 반얀트리 클럽 & 스파가 지난 5월에 프로모션 이벤트로 준비한 예식으로 비용이 무려 3억 원이다. 특급호텔 결혼식의 근 2~3배에 달한다. 이 호텔의 결혼식장의 특이점은 야외 수영장. 가로 52m, 세로 17m 규모의 수영장 위로 투명 플로팅 버진로드를 준비해 신부가 이곳을 걷는다. 일명 오아시스 웨딩이다. “럭셔리 웨딩 콘셉트로 5월 한 주만 상징적으로 선보였다”는 호텔 측은 “2024년 예약 문의도 들어왔다”고 전했다.
#3. 지난 4월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수천 달러 고가의 비싼 웨딩드레스 대신 중고 웨딩드레스를 선택하는 신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해마다 치솟는 결혼식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이른바 ‘절약 결혼’을 선호하는 신랑, 신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매장 ‘굿윌’의 결혼용품 판매행사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렸는데 수백 명이 오픈 런을 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중고 웨딩드레스의 가격은 99달러에서 500달러 미만으로 한화로 13만 원에서 65만 원대. 이처럼 중고 웨딩드레스를 거래하는 ‘스레드 업’이나 ‘포시마크’ 등의 매출도 20~30%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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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중간 정도 경제적 수준의 예비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예식홀은 대개 강남권에 위치한다. 청담동, 삼성동, 양재동 등이다. 이 지역 예식홀의 경우 비용이 거의 1,000만 원대 이상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약 500만~700만 원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이 역시 예약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주말 피크 타임은 당연히 올해 말까지 예약이 찼고 2024년도 지금 예약 전쟁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결혼식 비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하객 식대 역시 대폭 올랐다. 이 하객 식대가 사실상 예식홀 대관료이다. 호텔이 아닌 예식홀 하객 식사는 단품 정식과 뷔페 그리고 코스이다. 그런데 단품 정식인 이른바 갈비탕 정식만 해도 가격이 5만 원 이상이다. 이제 결혼식 축의금 5만 원을 내기가 ‘미안’한 것이 사실이다. 뷔페나 코스로 할 경우는 당연히 10만 원대로 껑충 뛴다. 이제 결혼식에 ‘혼자 가면 5만 원, 가족이 가면 10만 원’인 축의금 공식이 깨졌다. 10만 원을 축의금으로 내려면 식사하지 않고 축의금만 내고 오면 된다. 가족이 가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축의금만 20만 원 이상을 내야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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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스드메 비용 역시 대폭 올랐다. 팬데믹 시기에는 150만 원에서 비싸도 250만 원 선이면 해결이 되었던 이 스드메 비용이 이제 500만 원이 기본이라고 한다. 이 역시 ‘기본’인 경우다. 여기에 추가 비용이 붙는다. 사진 원본, 여러 종류의 액자, 앨범, 저녁 촬영 등등에는 추가요금이 붙고 신랑 신부의 이동과 스타일을 점검해주는 ‘헬퍼’ 동반 시 따로 비용을 내야 한다. 헤어 메이크업 비용 역시 200만 원 선이라고 한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위해 신부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웨딩드레스이다. 이 웨딩드레스는 크게 비즈 드레스와 실크 드레스인데 웨딩플래너 업체에서 몇 곳의 웨딩드레스 대여점을 예약하고 예비 신부가 이곳을 방문해 입어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가서 그냥 입어보는 것이 아니다. 일명 피팅비를 내야 한다. 한 번 입어보는데도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이다. 평균 5~7곳을 둘러보려면 피팅비만 수십만 원이다. 그리고 대여 역시 예전과 다르게 대폭 올랐다. 웨딩드레스는 보통 3가지 경우로 준비한다. 맞춤, 맞춤 대여, 대여인데 맞춤은 당연히 고가이고 신부들이 많이 선택하는 맞춤 대여 역시 신랑과 같이 준비하려면 500만 원 이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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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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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또 하나는 물가와 인건비의 상승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많은 예식홀과 스드메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예비부부 케어와 결혼식을 준비해주는 전문 인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물가가 상승하면서 예식홀이나 스드메 업체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하는 곳도 많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대표 박수경)가 조사한 통계를 보자. 이번 조사는 (주)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최근 2년 내에 결혼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2022년 9월21일부터 2022년 9월28일까지 진행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0%p). 최근 2년 안에 결혼식을 올린 부부의 평균 비용은 1,390만 원으로 듀오에서 지난해 발표한 수치인 1,278만 원보다 상승했다. 또 조사 항목인 ‘혼수를 포함한 결혼식 비용’ 역시 2020년 4,346만 원, 2021년은 4,719만 원으로 올랐다. 당연히 올해 이 비용은 아마도 5,000만 원을 넘어 7,000만 원에 다다를 것이다.
조사를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조사는 신혼부부 1,000명(남녀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내용을 보면 이들의 총 결혼비용 평균은 3억3,050만 원이다. 이 비용 중 신랑이 1억9,923만 원, 신부가 1억3,127만 원으로 각각의 비중은 60.3%, 39.7%였다. 이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주택으로 2억7,977만 원, 다음이 혼수로 1,573만 원이다. 예식홀은 1,057만 원, 예단 797만 원, 예물 739만 원, 신혼여행 485만 원, 스드메 333만 원, 이바지 비용이 89만 원이었다.
주택에 들어간 비용 역시 그 전의 2억4,019만 원에 비하면 약 4,000만 원이 올랐다. 과거 신랑은 집을 장만하고 신부는 혼수와 예단을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지금은 신랑신부 모두 상당액을 주택비용에 투자한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억5,237만 원이고 전세가 47.4%였다. 물론 주택 비용 3억5,000만 원도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강남권 아파트에서 이 비용으로 전세를 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른바 반전세를 구해야 하는데 강남권 아파트의 20~30평 대 초반의 반전세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10만~150만 원 선이다. 전세가 1억 원을 월세로 환산할 때 보통 40만 원으로 계산하면 실제 전세가가 5~6억 원 이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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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물론 앞서 열거한 호텔이나 강남권 예식홀 결혼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예비부부들도 사실 많다. 옛말처럼 ‘냉수 하나 떠 놓고 맞절하고 첫날 밤’ 맞는 그런 결혼식은 아니지만 지방의 예식홀은 아직도 저렴한 곳이 많으며 마을회관 등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알뜰한 신혼부부도 많다. 굳이 경제적인 여건을 따지지 않더라도 요즘은 번잡스럽고 골치 아픈 결혼식 대신 간단하게 양가 부모 모시고 식사하고 혼인신고 하는 신혼부부도 필자는 많이 봤다. 하지만 이들도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데’와 ‘양가 부모, 집안, 친척들의 이목’ 때문이란다.
요즘 스타들의 결혼 중에 이목을 집중시킨 결혼식이 있다. 바로 이승기·이다인과 김연아·고우림 커플, 세븐·이다해 커플이다. 상당한 부를 축적한 스타 커플답게 이들의 결혼식은 럭셔리 호텔 결혼식의 정석이었다. 이승기, 이다인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 곳은 그랜드 인터컨티넬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이다. 이 그랜드 볼룸은 최대 900여 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곳의 코스 요리 식대는 12만~20만 원 선이라고 한다. 이 비용만 1억 원이 넘는다. 그리고 식장 꽃장식은 1,000만 원대 후반부터 출발이라고 한다.
김연아와 포레스텔라의 고우림 결혼식은 수용인원이 300명~700명에 이르는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이곳은 코스 요리가 14만~24만 원이다. 생화로 된 장식 비용은 당연히 따로 내야 한다. 이곳에서는 세븐과 이다해 커플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스타 커플의 결혼식 못지않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신부의 웨딩드레스. 물론 스타 신부들의 웨딩드레스는 한 벌이 아니다. 웨딩드레스 화보 촬영, 본식 1, 2부, 피로연 등 많게는 4벌의 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있다. 요즘 스타 신부들이 많이 선택하는 드레스는 ‘웨딩드레스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엘리 사브Elie Saab’이다. 이 브랜드는 레바논 출신의 디자이너 엘리 사브의 작품으로 이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는 수천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컬렉션 맞춤은 8,000만 원 선이라고 한다. 이미 컬렉션에 출시된 드레스도 최하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대 후반이다. 손예진은 미라 즈윌링거, 베라왕 그리고 웨딩화보 촬영에서는 엘리 사브 드레스를 입었다. 이다인 역시 결혼식에서 각기 다른 드레스를 선보였다. 뉴욕의 디자이너 브랜드 파니나 토네, 스타들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한 드레스이다. 또 베르타 브라이덜 드레스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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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 픽사베이) |
그러나 이 84억 원 결혼식을 ‘초라하게’ 만든 결혼식도 있다. 세계 10대 부자 안에 항상 랭크되는 인도 최고의 부자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이다. 2018년 인도 뭄바이에서 거행된 이 결혼식이 비용 못지 않게 화제를 모은 것은 세계에서 모인 하객들의 수준. 이재용 삼성 회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 스탠더드 차타드의 CEO 빌 윈터스, 골드만삭스 아시아담당 총책임자 케네스 히치너, 에릭슨 CEO 보르제 에크홀름 등등 그야말로 정재계의 스타들이 운집했다.
결혼식이 열린 집 또한 화제다. 자산자치 약 1조 원으로 평가받는 암바니 회장의 저택 안틸라는 무려 7년의 공사 끝에 완공한 높이 173m, 27층 구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에서,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집의 딸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거리는 샹들리에, 수만 송이 꽃으로 장식하고 미국의 유명 팝스타 비욘세가 참석했던 피로연도 무려 이틀간 열렸다.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은 약 1억 달러, 한화로 1,300억 원이라고 추정하는데 릴라이언스측은 결혼식 비용은 1,5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어쨌든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신랑 역시 인도 피라말 회장의 아들이었다는 사실. 나름 돈깨나 있고 『포브스』 집계 세계 부자 순위 400위권에 오르는데 신부측이 워낙 부자라 비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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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5호(23.6.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