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푸드를 이야기할 때 꼭 순위권에 드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라면이다. 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국물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국민 음식’이라 할 만하다. 다만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땐 뜨거운 라면 국물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진다. 대신 면을 차가운 물에 헹궈서 액상스프에 비벼 먹는 비빔면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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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매경DB) |
비빔면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4년 700억 원이 채 안 되던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0억 원을 넘기며 두 배 이상 커졌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나 1,8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라면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 없이 지난 10년간 쭉 2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요 라면업체들이 비빔면 제품을 흥행시키는 데 부쩍 공을 들이는 이유다.
국내 비빔면 시장 부동의 1위는 팔도다. 닐슨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빔면 업체별 점유율은 팔도 53.3%, 농심 19.1%, 오뚜기 11.4% 수준이다. 팔도가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한때 60%를 넘겼던 팔도의 점유율이 50% 초반대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팔도 아성을 위협하는 대표 제품은 농심의 ‘배홍동 비빔면’이다. 농심이 지난 2020년 출시한 배홍동 비빔면은 특유의 매콤함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 단숨에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이 밖에도 오뚜기를 비롯해 삼양식품, 하림 더미식 등이 비빔면 제품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각 사 비빔면 신제품 경쟁도 점점 가열되는 분위기다. 1위 지키기에 나선 팔도는 원조의 맛을 지키는 동시에 중량이 1.2배 늘어난 ‘팔도비빔면1.2’를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팔도를 추격하는 농심은 지난해 배홍동 비빔면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배홍동 쫄쫄면’이라는 후속작을 내놨다. 오뚜기는 ‘진비빔면’과 ‘진짜쫄면’ 두 제품을 주력으로 삼아 점유율을 키운다는 목표다. 오뚜기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최근 진짜쫄면 봉지면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10.5% 인하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신제품 ‘4과비빔면’을 내놨고, 하림 더미식도 ‘더미식 비빔면’으로 비빔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라면업체들은 스타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비빔면은 기본적으로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의 액상스프를 사용하다 보니 맛에서 엄청난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는 않다. 제품별 마니아층이 있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마케팅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 이에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자사 대표 제품과 대형 스타를 곧바로 연관시킬 수 있도록 이미지메이킹에 힘쓰고 있다. 팔도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배우 이준호를 2년 연속 발탁했다. 농심은 배홍동 광고 모델로 방송인 유재석을 3년 연속 기용하고 있다. 오뚜기는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앞세워 지난 3월부터 광고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하림 더미식은 장인라면 모델인 이정재를 비빔면 모델로 다시 한번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비빔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면서 “신제품과 스타 마케팅 등을 통한 업체별 점유율 높이기 전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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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팔도 모델 이준호, 배홍동 모델 유재석(사진 팔도, 농심)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1호(23.5.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