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엔 먹거리의 겉모양 따위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농산물, 수산물 등을 구매할 때 외형이 조금 못생겼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상품 구매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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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닷컴 ‘가계절약 물가안정 못난이 상품’ 기획전 |
못난이 상품은 맛과 품질, 영양에는 이상이 없으나 모양이 울퉁불퉁하거나 흠집이 있다는 이유로 할인가에 판매된다. 환경적인 이익도 꽤 크다. 현재 전 세계 농산물의 20~25%가 외관으로 인해 팔리지 못하고 버려지는데 비규격 농산물 수요가 높아지면 폐기 농산물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점점 많은 소비자들이 못난이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이전에는 상품성이 떨어져 아예 폐기처분됐던 것들이 이제는 활발히 판매되는 추세다.
SSG닷컴은 최근 ‘가계절약 물가안정 못난이 상품’ 기획전을 실시했다. SSG닷컴은 지난해 9월에도 못난이 과일·채소 행사를 진행, 일부 제품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워 이번에는 상품 구색을 확대하고 가격은 정상가 대비 최대 반값으로 내렸다. 특히 과일과 채소는 물론이고 못난이 수산물까지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산 오징어 슬라이스, 아르헨티나산 붉은 새우살 등 두 종류다. 오징어는 잡는 과정에서 갈고리 자국이 남거나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흔하고, 새우는 껍질을 벗기는 등 가공 작업을 할 때 흠집이 나거나 훼손되는 개체가 많다. SSG닷컴은 이러한 상품을 모아서 오징어는 정상가 대비 30%, 붉은 새우살은 40% 저렴하게 내놨다.
11번가는 ‘어글리러블리’를 운영 중이다. 어글리러블리는 재배 과정에서 흠집이 나거나 모양과 색깔이 고르지 못한 못난이 농산물을 모아 선보이는 11번가의 생산자 협력 브랜드다. 2020년 4월 론칭 이후 참외, 자두, 납작복숭아 등 과일부터 미니밤호박, 감자, 고구마 등 농산물, 우럭, 고등어, 삼치, 갈치 등의 수산물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일반 상품보다 평균 20~30% 저렴해 ‘알뜰 소비족’의 선택을 받는다.
홈플러스 역시 모양과 크기가 유통 규격에서 등급 외로 분류되지만 신선도·맛·영양 등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 상품을 ‘맛난이 농산물’로 이름 지어 판매 중이다. 무, 양파, 감자, 대파 등이 홈플러스의 대표적인 맛난이 농산물이다. 롯데마트도 외관상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상품을 적극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이들 브랜드 이름을 ‘상생채소’, ‘상생과일’로 바꾸고 기존 제품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가성비 상품을 강화하면서 비규격 농산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캘리포니아산 ‘못난이 호두’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선보여 비규격 농산물 판매를 수입식품으로까지 확대했다. 못난이 호두는 일반 호두보다 색깔이 약간 어두울 뿐 맛과 영양, 크기 등은 동일하다. 이 밖에 수산물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은 다리가 잘린 냉동 꽃게, 막이 터진 명란젓갈 등 B급 상품을 최대 80% 이상 할인 판매하고 있다.
유통가는 이 같은 못난이 상품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는 한편 버려지는 농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까지도 줄일 수 있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SSG닷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6호(23.4.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