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연봉이 회사 선택과 근무의 최상 조건인 직장인. 하지만 의외의 포인트에서 직장인들의 마음은 움직인다. 의자 하나에도, 상사의 모욕적인 언사에도, 그리고 1년 동안 그야말로 ‘피 땀 눈물’로 성과를 냈는데, 부장 대학 직속후배인 박 대리가 나보다 인사평가가 좋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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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사진 픽사베이) |
‘허먼밀러HermanMiller’ 의자를 아는가? 이 의자는 미국의 유명 기업들, 일테면 구글, JP모건 등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의자이다. 프리미엄 급은 의자 하나 가격이 250만 원이 넘는 고가. 이 의자가 지금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화제다. 국내 대기업, 굴지의 IT업계에서는 이 의자를 기업 복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다.
SK하이닉스는 출범 10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복지 폭탄’을 투척 중이다. 200% 축하금, 금요일 휴가인 ‘해피 프라이데이’ 시행, 난임 시술 지원을 비롯한 출산 장려책과 함께 바로 이 고가의 허먼밀러 의자를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 SK하이닉스의 임직원은 약 3만여 명. 전 임직원에게 허먼밀러 의자를 지급하려면 그 비용만도 약 60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 의자를 써 본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앉아서 일을 할 때는 딱히 특별한 점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의자를 쓰다가 다른 의자에 앉으면 그 특별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연봉, 복지 등 아주 세세한 회사의 배려에 민감한 기업일수록 이 소식에 예민하다. 이제 상여금, 연차, 스톡옵션, 사내 유아원, 식당, 재택근무, 의료 및 교육비 지급 등에다 의자도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서 ‘2022년 12월 직장인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메일로 접수된 292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175건, 59.9%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5월까지 접수된 944건 중 직장 내 괴롭힘 513건, 54.3%보다 상승한 것. 직장인 10명 중 3명인 28%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례는 ‘모욕, 명예훼손’이 15.6%, ‘폭행, 폭언’이 9.4%도 있었고 ‘부당지시’, ‘업무 외 강요’, ‘따돌림과 차별’ 등이 있다. 괴롭힘을 당하고 이 중 7.1%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것으로 조사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치료를 받는 비중은 현재 소수라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공론화했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소송 갑질’이었다. 가해자가 형사와 민사 소송을 제기해 신고자를 몇 년간 진을 빼놓기 때문이라고. ‘문동은의 사이다 복수’와 달리 현실에서 갑질과 집단 폭력, 괴롭힘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22년 인사평가를 받은 직장인 610명을 대상으로 ‘인사평가 결과 만족도’ 조사를 했다. 결과는 직장인 17.9%가 만족스럽다고 답했고, 불만족스럽다가 35.4%, 46.7%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수긍한다고 답했다. 또 인사평가로 이직을 고민하는 비중도 78.9%로 높았다. 업무성과를 바탕으로 한 인사평가의 공정성 질문에는 53.7%가 공정하다, 46.3%는 불신한다고 대답했다. 불신 이유로는 상사, 즉 인사평가자의 주관적 기준이라는 응답이 71.3%로 가장 많았다.
1년 동안 열심히 해 업무 성과 내고 나름 회사와 부서에 기여했다고 직장인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상사가 바라보는 시각은 이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또한 대부분이다. 수치로 업무 성과가 드러나는 부서가 아닌 일반 사무직 부서에서는 고참순, 상사와의 밀접도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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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글 정유영(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3호(23.4.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