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마음 놓고 치킨을 뜯을 수 있을까.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치킨이 이젠 귀족 음식이 될 모양새다. 코로나19 이후 서서히 오르던 치킨값이 3만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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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홈플러스에서 치킨 한 마리를 6990원에 판매를 하자 고객들이 줄을 서 구매하고 있다.(사진 매경DB) |
올해의 스타트는 교촌치킨이 끊었다. 교촌치킨은 4월3일부터 순살, 부분육, 사이드메뉴 등 제품 가격을 500~3000원 올리기로 했다. 최고 인기 제품인 허니콤보, 반반콤보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2만3000원이 된다. 평균 3000~5000원의 배달료에 웨지감자, 절임무 등 사이드 메뉴까지 선택하면 치킨 한 마리를 먹을 때 약 3만 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치킨 사랑이 유별나기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저 싸늘하다. 비교적 부담 없이 사 먹던 치킨이 이제는 ‘마음먹고’ 주문해야 하는 비싼 음식이 돼서다. 물론 교촌치킨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원가 상승 압력에 운영 비용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촌에프앤비의 개별 기준 매출은 4988억 원으로 전년(4934억 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9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굳건한 업계 1위를 유지하던 교촌이지만 지난해 업계 최초로 개별 매출액 5000억 원을 넘은 bhc치킨(5075억 원)에 밀렸다. 확실히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가격 인상은 최근 몇 년간 치킨뿐 아니라 식품 및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가 거쳐간 일이다. 치킨 외에도 햄버거, 피자, 우유, 아이스크림, 생수까지 전방위적인 가격 조정이 이어졌다. 가격 인상 주기도 짧아져 심지어 일 년에 두세 차례씩 가격을 올린 업체도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원자재 부담 등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처음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고 하소연하던 소비자들도 이제 웬만한 가격 인상 뉴스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교촌의 가격 인상에는 유독 반감이 거세다. 교촌이 불씨가 돼 치킨값 인상 릴레이가 다시 시작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11월 교촌이 가격을 올린 뒤 bhc가 12월, BBQ가 이듬해 5월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에도 경쟁사들이 치킨 값을 따라 올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경쟁사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이전처럼 수개월 뒤 인상 카드를 내밀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교촌은 지난 2018년 치킨 업계 처음으로 배달비 유료화를 도입해 지금까지도 소비자 시선이 곱지 않다.
한편 이번 치킨 값 인상 뉴스가 ‘가성비 치킨’을 내놓는 대형마트 및 편의점 업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눈은 자연스럽게 저렴한 치킨으로 향하게 돼서다. 지난해 한창 치킨값 도미노 인상이 이어졌을 당시에 편의점 치킨이 불티나게 팔렸고, 홈플러스의 6990원짜리 ‘당당치킨’은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화제였다. 이후 이마트, 롯데마트 등도 반값 치킨을 줄줄이 내놓으며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다만 가성비 치킨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편
[글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