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미모견 수리는 ‘예쁘다’는 찬사를 지겹도록 듣는데, 어째선지 내 입에서는 ‘예쁘다’보다 ‘귀엽다’는 말이 훨씬 많이 나온다. 눈을 빤히 바라볼 때도, 웅크린 등짝만 봐도, 늘어지게 하품하는 입을 볼 때도 정말이지 ‘못 견디게’ 귀여운 거다. 한데 개가 귀여운 데는 다 이유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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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에서 통용되는 ‘불패의 3B’가 있다. 알파벳 B로 시작하는 세 요소가 광고에 등장하면 그 광고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법칙. 3B는 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다. 이들은 단박에 시청자의 주목을 끌고 친근감을 주어 자신도 모르게 호감을 느끼고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란다. 3B의 공통점은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가 아닐까. 여기서 미인을 제외하고 보면, 아기와 동물의 공통점은 단연 ‘귀엽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생태학자 콘래드 로렌츠(Konrad Lorenz)는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는 용어를 들어 설명했다. ‘유아 도해’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은 아기의 몇몇 신체적 특징이 ‘귀여움’이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채 사람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인데, 아기의 큰 눈, 넓은 이마, 통통한 볼, 짧은 팔다리, 아장아장 걷는 걸음걸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며 성체보다는 새끼에게서 더 강력하게 발현된다고.
이게 다 이유가 있단다. 귀여움이 곧 생존을 돕는 적응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스테파니 프레스턴(Stephanie Preston) 교수는 ‘베이비 스키마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다수의 새끼 포유류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즉, 베이비 스키마는 우리를 집중시키고 더 헌신적인 보호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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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귀여움에 대한 반응이 성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국 링컨대학교 연구팀은 3~6세 어린아이 5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아이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호감도를 관찰했는데, 아이들은 성인보다 어린아이 사진을, 성묘보다 아기 고양이를, 성견보다 강아지 사진을 더 오래 응시했다.
일본 오사카대학교 인지심리학 연구소장인 히로시 니토노는 귀여움의 개념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 다음의 결론을 내렸다. “귀여운 것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귀여운 것을 볼 때 우리 몸은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흥분과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는데, 귀여움이 한도를 초과한 아기나 새끼 고양이를 보면 깨물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이유가 이 ‘귀여움 공격성(cute aggression)’ 때문이라니, 귀여움의 괴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다 자란 개와 고양이는 어떡하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성체가 되어도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1호(23.3.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