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오매불망 건강을 염려케 했다. 엔데믹이 오니 더 신경 쓰인다. 그래서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2023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가 되었다. 웰빙은 2000년 초반부터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더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바뀌었다. 그중에서 다섯 가지 실천 가능한 걸 골랐다.
지난했던 팬데믹이 나를 포함한 전 세계인에게 남겨준 유산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이전에도 건강 관리 트렌드는 그 어떤 것들보다 강력했지만,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글로벌 팬데믹은 더 강렬하고 절실하게 건강 유지에 신경 쓰게 만들었다. 그냥 운동 좀 열심히 해서 살을 빼고 근육질 몸을 만들자 정도가 아니다. 산다는 명제를 ‘더 잘 살자’로 전환하는 ‘웰빙’ 자체에 대한 정의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많은 의료인들이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건강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송두리째 바꾸었다”고 말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전문가들도 엔데믹이 시작된 2023년에는 다양한 웰빙 트렌드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선호도 자체가 건강한 웰빙 기반 서비스 및 제품 쪽으로 기울 것임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2023년의 웰빙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성을 가늠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잠을 잘 자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라 했지만, 현대인에게 충분한 숙면은 꽤 어려운 숙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예민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쉽게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것 때문에 되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다이렉트 라인 생명 보험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71%가 매일 밤 권장되는 7~9시간의 수면 시간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영국인 750만 명이 5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한다고도 했다. 그 연구는 “수면 부족은 신체가 인슐린을 처리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신진대사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현대인이 매일 밤 원하는 만큼 잠을 자기는 쉽지 않다. 많은 환경적 요인이 그렇게 만든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면 부족을 보충하고 스트레스로부터 인간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식단과 나이트 라이프 루틴을 조정하는 것’을 꼽는다. 그래서 웰빙 트렌드의 하나로 ‘수면 동기화(Sleeping Syncing)’가 대두된다. 이는 인체 내부 시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부드럽게 움직여 신체가 자고 있어야 할 때 깨어 있는지 확인하는 루틴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많은 이들이 질 좋은 수면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나 역시 코로나에 걸린 뒤 일종의 후유증으로 이전보다 더 잠에 빠져드는 것에 방해를 많이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의사는 이를 위해 건강식품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아무튼 잘 자야 건강해지는 게 확실하다. 잘 자지 못하는 것 역시 오히려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현대인이 짊어진 잠과 관련된, 풀지 못하는 숙제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건강한 식단 및 먹는 시간 조절 등에 무게를 두는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혀 새롭지 않다. 항상 도움이 되는 유용한 처방이지만, 2023년의 식습관 트렌드는 ‘일찍 먹기(Early Eating)’로 귀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저널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최근 연구를 언급하며 “저녁 식사를 일찍 하면 사람들은 칼로리를 더 빨리 태우고, 배고픔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식 산업 전반에서는 이미 이른 저녁 식사 예약이 보편화되고 있다. 동시에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장치의 기능을 통해 늦은 저녁 식사가 수면 및 회복에 미치는 악영향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 이전부터 먹는 양과 시간을 조율하는 ‘간헐적 단식’ 등과 같은 웰빙 트렌드가 존재했다. 이와의 연장 선상에서 ‘일찍 먹기’ 역시 다시금 올해의 트렌드로 호명되고 있다. 일찍 먹기는 앞서 말한 수면 동기화의 실천적 행위 중 하나로 읽힐 수 있다. 좋은 수면을 위해 저녁에 많이 먹던 방식을 탈피하고, 무거운 저녁 식사가 아닌 늦은 오후의 ‘가벼운 식사’로 전환할 것을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잠을 잘 자고, 체중을 유지하는 데 사실 이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단지 실천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밤에 충분한 잠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모바일이다. 잠자리에 누운 채 SNS를 들여다보고, OTT 서비스를 클릭한다. 졸음 신호를 보내던 신경이 각성하는 걸 느낀다. 악순환이다. 영국 리즈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평균적으로 매일 약 11시간 동안 화면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전자 기기와의 일상적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디지털 기기를 내 시야에서 멀리하는 운동이 필요함을 호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2023년의 또 다른 웰빙 트렌드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다. 팬데믹이 만든 새로운 규범 중 하나는 ‘거리 두기’, 그리고 재택 근무였다. 현대인에게 디지털 장치들은 일상의 필수품이다. 팬데믹은 이것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증가시켰다. 화상 회의를 하고, 모든 업무를 이메일로 소통하며, 메신저를 밤낮없이 사용해야만 했다. SNS와 OTT는 그와 같은 일과의 휴식으로 또 작용했다. 그러니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하루 종일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어느 정도 풀려가고 있음에도 그 활동의 영역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지금 디지털 디톡스가 필수적이다. 주간 앱 사용 리포트 등이나 몇 가지 앱으로 현재의 디지털 사용 시간을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노력에 의해 다시 이 트렌드의 근원인 수면 동기화가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운동 해?”라고들 묻는 경우가 많다. 난 “살기 위해 운동한다”고 한다. 1주일 평균 그룹 필라테스 2회, 짐에서의 트레드 밀 30분씩 3회 정도가 내 운동량이다. 인스타그램 트렌드 테그 중 하나인 ‘#오운완’을 사용하기에는 부끄러운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열심히 하네’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한다. 체질상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살아가는 내게 한 주간의 운동량은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아주 고층 건물이 아니면 굳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려고도 하고, 짧은 거리는 걸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의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굉장히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바로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 운동을 삽입하는 ‘생활 속 운동(Incidental Exercise)’이다. 해외 온라인 저널 ‘컨트리 앤 타운 하우스’는 생활 속 운동 트렌드를 두고 “하루 종일 다양한 시점에서 소량으로 발생하는 활동을 뜻하며, 시간이 부족한 현대 사회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 헬스장에서 길고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 그보다 더 유익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런데 이에는 여러 방해 요소들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그에 반해 생활 속 운동은 일상의 일부로 포함될 수 있기에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버스로 이동 시 목적지 몇 정거장 전에 하차해 걷기, 동네 편의점에 갈 때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가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물을 끓이는 동안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하기 등…. 생활 속 운동은 부족한 운동량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리적으로 해소해줄 수도 있다. 더욱이 그 움직임은 실제 운동이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 생활 속 운동의 지속적 실천은 다시 제일 첫 번째 트렌드로 짚었던 수면 동기화에 다시금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의 아침 루틴은 눈을 뜨자마자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부족한 수면 양을 커피 속 카페인으로 각성시키기 위해서다. 사실 이렇게 이해하기보다는 눈 뜨자마자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일각에선 커피가 암 예방에 좋다느니, 건강에 좋지 않다느니 상반된 뉴스를 마구 쏟아낸다. 여전히 커피는 전 세계적인 음료 트렌드의 선봉에 있다. 하지만 그 틈새에 ‘말차(Matcha)’라는 게 끼어들었다. 말차(영어식 발음은 일본어에서 유래되어 ‘맛차’라고도 한다)는 가루로 된 차 분말을 뜻하는데, 이를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시는 것이다. 그럼 녹차 가루냐고도 물을 수 있다. 녹차와 말차는 재배 방식에서 차이를 가진다. 녹차는 평소 상태에서 재배하는 것이고, 말차는 빛을 차단하는 차광 상태에서 찻잎을 재배한다.
약 7년 전쯤, 업무로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뉴욕의 트렌드 최전선에는 커피 없이 차를 메뉴로 내는 카페가 있었다. 그곳에서 말차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꽤 큰 인상을 받았다. 특히 맥주에 말차를 섞어 내는 음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 국내에도 다양한 차를 내는 가게들이 많이 생겼다. 심지어 오마카세 형식으로 차를 내는 곳도 생겼다.
그 말차가 웰빙 트렌드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다. 아침 음료를 커피에서 말차로 바꾸자는 이야기들도 종종 들린다. 말차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불안을 관리하며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미국 및 유럽 사람들은 확신하는 것 같다)들 한다. 왜냐하면 커피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신체 대사가 발생시키는 코르티솔을 급증시키기 때문이다. 즉 호르몬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말차는 집중력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미노산 성분이 있어 집중력을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항산화 물질도 많아 면역 체계에도 도움이 된단다. 해외에서는 일종의 수퍼 푸드로도 알려져 있다. 이 말차 역시 수면 동기화와 연관된다. 커피의 카페인은 내 신체의 수면 신호를 방해하지만, 말차는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다섯 가지 이외에도 2023년에 다시 부활하고 있는 웰빙 트렌드의 요소들은 굉장히 많다. 결국 웰니스 또는 웰빙 트렌드는 우리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 모두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팬데믹 이후 또는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일상속 후유증을 앓고 있다면 위의 웰니스 트렌드를 한번 실천해보길 권한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 웰빙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자리한 지는 오래 되었다. 하지만 2023년의 웰빙 트렌드는 어느 특정 행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총체적인 것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해외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2023년에는 웰빙에 대해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무브먼트가 일어날 것이라 했다. 디지털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커피를 보이콧하며, 좋은 숙면을 통해 다시금 건강한 신체를 되찾아가는 그런 운동으로서의 트렌드 말이다.
나 역시 이 트렌드에 따르기 위해 하나씩 생활 습관을 고쳐나가려 한다. 일단 하루에 몇 잔 이상을 마시는 커피를 줄이기 위해 말차 몇 봉을 구매했다. 매일 하는 운동 이외에 내 생활 속 운동 패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저녁 7시 이후에 먹던 식사를 한 시간가량 당기려고 하고 있다. 물론 야식도 끊을 생각이다. 아, 잠자리에
[글 이주영(라이프 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0호(23.3.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