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어느 날, 점심시간. 광화문 덕수궁 근처 서울시립미술관이 직장인들로 붐볐다. 경품행사 혹은 선착순 이벤트가 열린 걸까, 아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열심히 두드린다. 혹시 포켓몬고가 재유행하는 걸까, 역시 아니다. 이들은 ‘앱테크’를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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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 포인트 받기(사진 토스 갈무리, 김우현) |
앱테크는 ‘리워드 앱’에서 광고를 보거나 특정 미션을 수행해 금전적 보상을 얻는 재테크 방식이다. 앱에 따라 요구하는 미션이 각양각색인데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지난달 선보인 리워드 서비스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다른 앱 이용자를 찾은 후 앱에 아이콘으로 표시된 이용자를 누르면 1명당 10원을 적립해 줬다. 이용자가 한곳에 모여 있으면 그들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으니 순식간에 많은 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토스 이용자가 몰린다고 소문난 서울시립미술관이 직장인들로 붐빈 것인데 당시 점심시간 동안 커피 한 잔 값을 벌었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사실 앱테크는 이미 잘 알려진 재테크 수단이다. 화제성만 놓고 보면 한풀 꺾인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까지 5%대 고물가 흐름이 지속하자 다시 각광받는 분위기다. 최근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 적립금 규모가 줄어든 걸 보면 토스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리워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 역시 혜택을 늘리거나 홍보를 강화하는 등 앱테크 마케팅에 힘을 싣는 추세다. 예컨대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는 결제 시 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제도를 운용 중인데 카드발급·회원가입·무료체험 등으로 범주를 나눠 포인트를 무료로 쌓는 방법을 안내한다. 작년에는 웹툰 작가 등과 협업해 포인트 홍보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추석 선물은 포인트로 해결’, ‘포인트로 얼마까지 모을 수 있을까?’, ‘고물가에 죽은 내 지갑 포인트로 부활!’ 등 앱테크족(族)이 혹할 만한 내용이었다. KB국민은행은 전자증명, 결제 등을 지원하는 자사의 플랫폼 KB월렛 가입자 수가 지난달 300만 명을 돌파하자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이벤트 참여 시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서비스를 시행해 가입자 유치에 속도를 붙였다. 이 포인트는 모바일 기프티콘 구입, 외화 환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편 고물가 흐름을 타 앱테크가 다시 뜨고 있음에도 이것이 확실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미션에 참여하는 피로도 대비 보상 규모가 작기 때문인데 이는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에 이용자를 묶어두기 위해 ‘출석체크’처럼 참여 횟수를 늘리고, 보상 규모는 줄이는 방식을 선호하는 데서 나온다. 포인트처럼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방식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유용하다.
최근 앱테크를 하다가 그만뒀다는 30대 자영업자는 “티끌 모아 티끌”이라며 “보상이 과거보다 커진다고 해도 쓸데없이 계속 뭔가를 눌러야 하는 게 귀찮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처럼 단기간에 많은 보상을 주는 서비스는 아주 드물고, 보상이 크면 대가가 크거나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HR테크 기업 인크루트 성인남녀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앱테크를 하는 사람의 하루 평균 수익은 312원이었다. 한 달 수익 기준으로는 3000원 미만이 전체의 37.2%로 가장 많았다. 앱테크로 한 달에 100만 원 넘게 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열 개가 넘는 앱을 동시에 운용하면서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 경우다.
이런 이유로 앱테크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미션을 통해 보상받는 게 좋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자주 쓴다면 타자를 칠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 미션, 대중교통 이용량이 많다면 정류장까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면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미션을 요구하는 리워드 앱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잊고 있던 돈을 발견했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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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테크 통계(사진 인크루트) |
[글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사진 네이버페이, 인크루트, 토스 갈무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0호(23.3.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