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 눈금이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봄의 설렘도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올라오는 3월이다. 온 세상이 푸릇푸릇해지는 완연한 봄을 맞기 전, 눈과 입으로 먼저 만나는 그리너리(greenery) 푸드를 소개한다.
![]() |
↑ 라비올리와 와인 |
양재천 카페거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마누테라스. 셰프의 영어 이름인 ‘마누’를 딴 식당 안은, 직접 그린 그림과 손수 만든 오브제들로 이곳만의 컬러를 표현한다. 이 컬러는 식당 인테리어뿐 아니라 음식에도 잘 녹아 있다. 포크와 나이프를 대기 아까울 정도의 컬러감 가득한 플레이팅은 그야말로 또 하나의 작품. 진한 그린 색의 올리브 오일, 오렌지와 비트로 만든 비네거, 옥수수, 단호박과 자색 고구마를 이용한 크림 무스는 색색의 물감이 되어 메인 식재료에 따라 유쾌한 변주로 손님을 맞는다.
총 6개의 제철 요리로 선보이는 디너 코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코스로 아주 합리적인 편이다. 맛을 보면 재방문 생각나는 가성비, 가심비 올킬하며 올리브 오일에 담긴 마리네이드 된 굴부터 새콤달콤한 오렌지가 더해진 멍게 세비체, 고소한 크림소스에 담긴 알배추와 졸깃한 피조개, 슬라이스 된 오이장식이 멋진 이베리코 스테이크 등 여느 레스토랑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과 비주얼을 뽐내며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점심 코스는 에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돼지고기, 소고기, 해산물, 오늘의 스페셜 택), 디저트로 구성돼 있다. 음식량이 부족하다 싶다면 문어다리튀김, 시트러스 살사 가지튀김 등 단품 요리를 더해보자. 양재천의 사계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테라스에 앉아, 셰프가 엄선한 제철 메뉴를 먹을 수 있는 행복. 눈호강 제대로 하는 알록달록 플레이팅까지 이 봄에 즐겨보자.
![]() |
↑ 그린커리 |
자칫 비건 음식이 맛이 없을 거란 편견이 있다면 그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상상 이상의 맛있는 비건식당이 여기 있으니. 더욱이 초록빛을 띤 식재료들이 어우르는 그리너리한 플레이팅은 당장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만든다. 그야말로 SNS 박제감.
제철 재료로 건강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핀치브런치바에는 비건과 친숙한 메뉴들이 많다. 완두콩을 넣은 그린 타이 커리, 표고버섯과 마늘 퓌레를 올린 타르틴, 참나물 파스타 등 아스파라거스, 그린피, 참나물, 비트, 버섯 등 메뉴의 주재료들만 보아도 건강해질 듯하다. 저녁에는 내추럴 와인바로 운영되니 시즌에 맞는 제철 요리와 내추럴 와인 한 잔을 들고 식당 밖으로 나서 보자. 식당 담벼락을 둘러 마련된 소박한 야외 테이블에서 마시는 봄 저녁의 한잔이 기대되는 곳. 낮엔 건강하게, 밤에는 낭만적으로! 두 번은 가야 그 참면목을 알 수 있는 팔색조 식당이다.
![]() |
↑ 아보카도 타르틴 |
어제오늘 사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가로수 길의 레스토랑 틈 속에서 근 10년을 한자리에서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곳이라면 분명 그 이유가 있다. 친환경, 유기농, 무항생제 식재료를 꽤 깐깐하게 엄선해 사용하는 퓨전 프렌치 레스토랑인 그라쎄는 당시 생소했던 아보카도 식재료의 붐을 주도하던 초창기 가로수길 대표 맛집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아보카도 타르틴은 여전히, 자주 먹어도 맛있다. 푸짐하게 올린 잘 숙성된 아보카도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의 호밀빵의 조화가 탁월한 타르틴은 이제는 흔한 메뉴가 되었지만, 원조의 맛은 명불허전이다. 이국적인 허브향 가득한 홈메이드 바질 페스토 봉골레 파스타, 무항생제 수란이 들어간 까르보나라, 자연방목으로 사육한 스페인산 최고급 돼지고기인 이베리코
[글과 사진 최유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0호(23.3.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