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고양이 ARTISTS and their CATS』를 쓴 앨리슨 나스타지(Alison Nastasi)는 ‘고양이와 예술가 모두 독립적인 성향을 띠고 밤에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으며, 이런 점이 예술가와 고양이를 제법 잘 어울리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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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언스플래시) |
시대를 풍미하며 대단한 사랑을 받은 예술가들 중 상당수가 고양이를 각별히 애정했다는 사실은 개를 키우는 내게 은근히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개도 고양이 못지않게 매력적인데 말이지. 각설하고, 예술가들의 뮤즈 역할을 한 묘생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으로 유명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고양이는 감정에 솔직하다. 인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헤밍웨이의 고양이를 향한 사랑은 꽤나 요란하고 유명했는데, 집필을 위해 떠난 쿠바에서는 저택 안에 고양이 전용 탑을 세우고 무려 쉰일곱 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다고 한다. 1954년 노벨문학상의 상금 대부분도 고양이들을 돌보는 데 썼다. 헤밍웨이에 따르면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면 단 한 마리로는 절대 멈출 수 없다’고. 아무튼 헤밍웨이는 그중에서도 ‘스노볼(Snowball)’이라는 고양이를 제일 아꼈다. 스노볼은 앞발가락이 여섯 개인 다지증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그는 스노볼이 편히 뛰놀 수 있도록 집 뜰 구조를 바꾸고 한창 집필 중에 스노볼이 책상 위로 올라와 타자기를 차지하고 장난을 쳐도 결코 내쫓지 않았다고. 50여 마리에 이르는 스노볼의 자손들은 지금도 여전히 헤밍웨이 기념관에서 유유자적 살고 있으며, 그들 중 절반이 다지증을 가졌다. 다지증 고양이를 ‘헤밍웨이 고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밖에도 헤르만 헤세, 마크 트웨인, 장 콕토, 애드거 앨런 포 같은 작가들도 유명한 애묘인이다.
고양이를 사랑한 화가는 더 많다. 황금색 그림 ‘키스’와 ‘유디트’ 등을 그린 상징주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를 두고는 공공연한 풍문이 떠돈다. “그의 화실에는 두 가지가 빠지지 않는다. 하나는 여성이고 하나는 고양이다.” 클림트는 평소 열 마리가량의 고양이를 키웠는데, 고양이들이 그림을 밟고 찢어도 싫은 내색 한번 없었다. 사실 클림트의 고양이 사랑은 광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스케치에 고양이 오줌을 정착액으로 사용해 그의 작업실에는 늘 고양이 오줌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고양이 오줌의 독 때문에 그림이 변색되거나 망가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얼룩 고양이 ‘캇츠(Katze)’를 품에 안고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사진을 보면 고양이 앞에서라면 ‘그깟 그림쯤이야’라고 말하는 듯도 하다.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루이스 웨인 등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얻고 그것을 그림에 구현하는 데 충실했던 화가다. 아, 우리 역사 속 애묘인으로는 조선 시대 화가 변상벽이 있다. 그는 사람 초상화 다음으로 고양이를 즐겨 그렸는데 실력도 뛰어나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을 걸었더니 개가 짖고 쥐들이 숨었다”는 극찬을 들었다고.
음악가를 대표하는 냥집사로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을 빼놓을 수 없다. 라벨은 평생 독신으로 고양이와 더불어 살았는데, 고양이 울음소리를 음률로 나누고 분석해 고양이 말을 알아듣고 자신도 고양이 언어를 구사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오페라에 ‘야옹 듀엣’이라는 노래를 삽입했는데, 암수 고양이 두 마리가 바리톤과 메조소프라노로 야옹야옹 거리는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0호(23.3.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