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 지표는 흔히 기억력으로 대변된다. 작년 다르고 어제가 다르게 기억력이 떨어지고 알던 단어도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새해 목표에 ‘규칙적인 운동’이 한 줄을 차지하고 있다면, 올해 당신의 기억력은 적어도 나빠지지는 않겠다.
운동이 뇌 혈류량을 늘려 산소와 영양분을 뇌로 공급하고 신생 뇌세포를 증가시키며 뇌세포 간 연결을 강화해 뇌 건강을 돕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운동을 통해 근육세포에서 특정 단백질이 분비되고 이것이 뇌로 전달되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한다.
↑ (사진 언스플래시) |
미국국립보건원 산하 노화연구소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운동을 꾸준히 한 쥐의 근육세포에서 생긴 ‘카텝신 비(cathepsin B)’라는 단백질이 뇌로 전달돼 신경영양인자를 발현시키고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유도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른 연구팀은 근육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 ‘이리신(irisin)’도 뇌로 이동해 알츠하이머 치매로 손상된 생쥐의 인지기능을 회복시켰다고 밝혔다. 운동으로 활성화된 근육 단백질이 질병으로 손상된 뇌까지 포함해 기억력 향상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 결과가 사람에게도 유의미할까. 영국 킹스칼리지대학에서는 근육량과 인지기능의 상관관계를 알기 위해 43~73세 여성 쌍둥이 324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한 쌍둥이지만 다리 근력이 좋은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뇌 부피가 크고 사고력·학습력·기억력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운동은 항염증 기능을 하는 혈액 내 단백질 ‘클러스터린(clusterin)’을 증가시켜 만성염증으로 인한 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쳇바퀴 운동을 한 쥐의 혈액에서 분리한 혈장을 운동을 하지 않은 쥐에 주입했더니, 운동을 하지 않은 쥐에서도 뇌세포 생성이 증가하고 인지 기능이 향상되었다. 또 연구진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6개월간 유산소 운동을 시킨 뒤 혈액을 채취했는데, 항염증 단백질인 클러스터린은 증가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젊은 뇌, 똑똑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다. 그러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계단 오르기, 등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유산소 운동을 수개월간 지속했을 때 인지기능 향상 효과가 가장 높았다. 일례로 1년간 매주 150분씩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과 스트레칭과 근육 운동만 한 그룹을 비교했더니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2% 커졌다.
한편 운동 강도는 뇌 기능 향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운동 강도가 세다고 인지기능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6주 동안 러닝머신을 달리는 실험에서는 빠른 속도로 달린 사람보다 자신에게 적당한 속도로 달린 피실험자의 인지력이 더 향상되었다. 걷기든 달리기든 자전거 타기든, 적당한 강도로 꾸준히 운동할 때 효과가 가장 높았다.
신체 운동과 뇌 운동이 결합될 때의 시너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실내 자전거 타기를 예로 들어, 3개월 동안 그냥 자전거만 탄 그룹보다 페달을 굴리며 가상투어를 병행한 그룹의 인지력이 훨씬 높았다. 한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5호 (23.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