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새로운 취미를 가질 계획이라면 ‘손’과 관련한 것을 택하면 어떨까. 손에는 뇌로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망이 우리 몸의 다른 부위보다 훨씬 촘촘하게 분포해 있다. 손을 많이 쓰면 뇌가 자극되고, 적절한 자극을 꾸준히 받은 뇌가 건강하게 오래 간다.
↑ (사진 픽사베이) |
손은 ‘제2의 뇌’ 또는 ‘겉으로 드러난 뇌’라 할 만큼 뇌와 손은 밀접하다. 특히 대뇌 위쪽 중앙에는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대뇌운동중추가 있는데, 전체 면적의 30%가 손과 연결돼 있다. 뼈도 비슷하다. 손은 손가락뼈 14개와 손바닥뼈 5개, 손목뼈 8개 등 27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양쪽 손 54개 뼈는 몸 전체 뼈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처럼 우리 몸에서 손은 가장 감각에 특화된 부위며, 손을 사용하면 할수록 뇌가 활성화된다.
국내 뇌의학 연구의 권위자인 서유헌 박사는 손을 움직이면 뇌의 집중·기억·연상·운동 능력이 고루 향상된다고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배운 것을 회상시켰더니, 입으로만 외운 아이는 33%를 기억해 낸 반면 손쓰기를 병행한 아이는 90%까지 기억해 냈다. 또 6개월간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그림 조각 맞추기 능력이 34% 향상되었다. 한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는 단순히 양손을 엇갈리게 쥐었다 폈다 하는 운동을 30분 지속한 뒤 뇌 혈류 속도를 측정했더니 운동 전보다 약 18% 증가했다.
손가락 끝으로 다양한 촉감을 느끼면서 정교하고 민첩하게 손을 놀리는 취미 활동은 뇌의 감각·운동·기억 등을 전방위로 자극한다. 일례로 중년에 뜨개질처럼 손을 많이 쓰는 취미를 가졌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억력 손상이 40% 정도 낮았으며, 노년기 이후까지 같은 취미를 이어 온 사람은 기억력 손상이 50%까지 감소한 연구 결과가 있다.
손을 움직이는 것은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 뇌에서는 상황 판단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구조물이 화성화되어 스트레스 반응 물질 분비를 억제하고 기분을 안정시킨다. 뇌의 많은 부분이 손놀림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나 긴장에 쏟을 여력이 없기도 하다. 손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취미로는 뜨개질, 바느질,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목공예, 종이 접기, 화초 가꾸기 등이 있다. 책 한 권을 베껴 쓰는 필사나 날마다 손으로 일기를 쓰는 것도 뇌 건강을 돕는 유용한 취미 생활이 될 수 있다.
① 양 손가락 걸어 당기기: 손가락 힘을 키우고 모세혈관을 자극해 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는 운동이다. 가슴 앞에서 오른손 손바닥은 아래로 왼손 손바닥은 위로 가도록 한 뒤 손가락끼리 맞잡고 팔꿈치를 어깨 높이로 들어올린다. 손가락이 빠지지 않도록 천천히 양쪽을 잡아당기면서 10초간 유지한다. 팔을 내리고 잠시 쉬었다가 손 위치를 바꾸어 똑같은 방식으로 3세트 반복한다.
② 손끝 밀기: 손가락을 구부려 양손 손가락 끝을 각각 마주 댄 다음, 팔꿈치를 몸에서 떼고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10초간 밀어낸다. 천천히 힘을 빼고 팔을 내린 뒤 손을
③ 손가락 지압: 엄지손가락으로 각 손톱의 뿌리 부분을 꾹꾹 눌러 자극한다. 그런 손가락을 하나씩 감싸 쥐고 쓸어내리듯 당겨준다. 이러면 손가락 긴장이 풀리고 뇌의 혈액 공급이 원활해진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