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2시간 30분을 산책하는 수리에게 겨울은 위기의 계절이다. 요즘처럼 줄곧 눈이 내리는 때라면 더 그렇다. 사실 수리는 제 다리 높이만큼 눈이 쌓이고 길이 미끄러워도 상관하지 않고 열심히 산책한다. 수리의 겨울 산책을 위협하는 건 겨울에 유독 약한 반려인, 그러니까 바로 나다.
↑ (사진 픽사베이) |
추위를 많이 타고 툭하면 넘어지는 나는 수리가 오기 전 겨울철에는 오직 한 가지 목표, ‘신발 신지 않기’를 철통같이 사수하며 보냈다. 수리가 오고서는 이 목표를 지킨 날이 하루도 없지만 말이다. 요즘 같은 지독한 겨울에도 1일 3산책은 거르지 않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세 번을 합쳐도 1시간 남짓이라 수리가 집에 드러누워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런 수리가 안쓰러워 간식 뚜껑은 더 자주 열리고, 거기에 맛을 들인 수리는 점점 사료를 멀리해 내 속을 태운다. 겨울에 산책을 양껏 못한 반려견들은 에너지를 분출할 다른 방법을 찾는다. 친구네 반려견 ‘치코’는 실내 식물을 뜯어먹고 거실을 뛰어다니는 등 잉여 에너지와 불만을 표출하느라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든단다. 산책이 밥만큼 중요한 그들에게는 산책을 대신할 실내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실내 놀이로는 ‘노즈워크’가 있다. 종이나 천 속에 사료와 간식을 숨겨 놓고 반려견이 스스로 찾아 먹게 하는 놀이로, 후각 활동이 반드시 필요한 반려견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존감을 북돋울 수 있다. 집 안 곳곳에 장난감을 숨기고 반려견이 직접 찾게 하는 ‘보물찾기’도 해볼 만하다. 장난감을 숨기는 동안 ‘기다려’ 훈련을 병행하면 더 좋고, 장난감을 찾아오면 폭풍 칭찬으로 자존감을 높여 주고 간식으로 보상해 흥미를 유지한다.
‘터그 놀이’도 에너지 소모에 효과적이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터그 양 끝을 당겨 힘을 겨루는 일종의 줄다리기인데, 반려견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집중력과 힘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이와 턱 관절이 튼튼하지 않은 강아지나 노령견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장시간 지속하면 반려견의 흥분도가 과도하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5분 이내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 놀이터나 운동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어질리티agility’도 실내 운동으로 응용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어질리티 기구들도 있지만, 집 안의 물건을 활용해 우리 집 반려견에게 특화된 훈련 코스를 만들 수 있다. 가령 의자 몇 개를 이어 배치하고 의자 다리 사이를 통과하게 하거나, 훌라후프를 통과하게 하거나, 양쪽에 책을 쌓고 막대를 걸쳐 높이를 조절해 가며 뛰어넘게 해보자. 슬라이드 스태퍼 두 개를 맞붙여 오르고 내리게 하거나, 대형 생수병 여려 개를 간격을 두고 줄지어 세워 그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게 하는 등 일명 ‘방구석 어질리티’도 충분히 가능하다. 어질리티는 반려견에게 민첩성과 유연성을 길러주는 놀이로, 반려인과의 유대감을 높이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실내 활동을 위해서는 몇 가지 미리 살필 것이 있다.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러그나 패드를 깔 것, 발바닥 털이 길어 패드를 덮고 있다면 털을 깎을 것, 주변에 반려견이 부딪히거나 다칠 만한 물건이 있다면 멀리 치울 것, 평소 관절이 좋지 않은 반려견에는 높이 뛰는 운동을 삼갈 것 등이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 역시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혈관이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