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하고 스산한 겨울산에 눈에 띄는 붉은 잎과 빨간 열매. 늦가을부터 잎이 붉게 물들어 한겨울 절정을 이루는 남천이다. 더욱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부르는 나무라 하니, 신년에 우리 집에 한 그루 들여 볼까?
글 최유진 사진 픽사베이
길을 걷다 보면 마르고 축 처져버린 겨울 식물들 사이 빼꼼하게 붉은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 식물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남천이다.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남천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동남아시아 등 난대,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로 우리나라 기후에도 잘 맞아, 산은 물론 도심의 도로면, 아파트의 조경으로도 많이 심어진 나무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할 뿐 아니라 노지 월동도 가능하니 조경수론 딱이다. 더욱이 몸체가 여리고 키도 그리 크지 않아 틈새 공간에 잘 활용되는 일당백 남천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수종이 되었다. 6~7월 여름에는 올망졸망한 작은 하얀 꽃을 피워내고,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잎은 가을부터 단풍으로 물들면서 붉게 변하며 조롱조롱 빨간 열매를 맺는다. 어지간히 춥지 않으면 낙엽으로 지지 않기에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 사이로도 끄덕 없이 강렬하게 존재감을 내뿜는 빨간 남천과 열매는 겨우내 위풍당당함을 자랑한다.
↑ 픽사베이 |
차가운 눈 속에서 피워내는 식물의 생명력은 보는 이에게 큰 에너지를 전한다. 붉은색이 상징하는 성스러움이 더해져 일본에서는 남천을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부르는 나무로 여긴다. 꽃말은 ‘전화위복’인데 이 역시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뜻의 일본어 ‘난전(難轉, 일본어 발음 난텐)’과 발음이 비슷해 생긴 말로 추정된다. 남천의 잎을 갑옷 상자에 넣어 성공과 안위를 기원하던 과거의 일본 장수의 풍습, 우리네 어머님이 시집가는 딸의 가마 속 방석 밑이나 이불 밑에 남천을 넣고 순산을 기원하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일 것이다.
중국에서는 뾰족한 잎과 마디가 대나무와 비슷하다고 해서 대나무 죽(竹)을 붙여 ‘남천죽’이라고 불리며, 영어권 이름 역시 천상의 대나무(Heavenly Bamboo), 신성한 대나무(Sacred Bamboo)라는 이름으로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행운의 상징으로 칭한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좋은 기운까지 주는 남천이 의외로 기르기 쉽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아 노지는 물론 실내, 베란다에서도 화분으로 키울 수 있다. 햇빛과 통풍이 잘 드는 곳이라면 제격이다. 과습에 취약하니 겉흙이 말랐을 때만 충분히 물을 주는 것만 유의한다면 문제없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남천은 포름알데히드(건축자재 및 가구의 방부제와 접착제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제거 능력이 놓은 자생식물 중 하나라 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