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에 걸리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성 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를 기준으로 신규로 보고된 HIV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동성 간 성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나와 처음으로 이성간 성접촉 감염을 추월했습니다.
오늘(14일) 의료계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9년 보건당국에 새로 신고된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총 1천222명(내국인 1천5명, 외국인 217명)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16명(1.3%) 증가한 것으로 1985년 정부 집계 이후 최대입니다.
지난해 신규 신고된 감염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 1천111명(90.9%), 여성 111명(9.1%)이었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 438명(35.8%), 30대 341명(27.9%), 40대 202명(16.5%), 50대 129명(10.6%) 순으로, 20·30대가 전 연령대의 63.7%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신규 감염 내국인 1천5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응답을 기초로 감염경로를 살펴보면, 821명(81.7%)이 성 접촉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동성 간 성접촉이 53.8%(442명), 이성간 성접촉은 46.2%(379명)로 동성 간 성접촉으로 감염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국내에서 동성 간 성접촉 감염이 이성간 성접촉 감염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에서는 그간 이성간 성접촉 감염이 동성 간 성접촉 감염보다 많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마다 나오는 질병관리본부의 'HIV/AIDS 신고현황 연보' 자료를 보면 이성간 성접촉 감염 비율이 동성 간 성접촉 감염 비율보다 높았습니다.
2016년 신규 내국인 감염인은 1천62명으로 이 가운데 712명이 성접촉으로 감염됐는데, 이성간 성접촉이 54.3%(387명)로 동성 간 성접촉 45.6%(325명)보다 많았습니다.
2017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신고된 HIV/AIDS 신규 감염 내국인(1천9명) 중 감염경로 역학조사에 응한 752명이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라고 답했는데, 이성 간 52%(394명)로 동성 간 48%(358명)보다 역시 많았습니다.
2018년의 경우에도 신규 내국인 감염인(989명) 중에서 본인 답변을 기반으로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799명이 성접촉으로 감염됐다고 했으며, 이 중에서 이성간 성접촉 53.2%로 동성 간 성접촉 46.8%를 앞섰습니다.
HIV는 AIDS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입니다. 인간 체내에서 생존하고 증식하면서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파됩니다.
HIV에 걸렸다고 모두 에이즈 환자는 아닙니다. HIV 감염인 중에서 면역체계가 손상, 저하됐거나 감염 중 암 등의 질병이 나타난 사람이 에이즈 환자입니다. 한마디로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 이후 면역 결핍이 심해져 합병증이 생긴 사람을 말합니다.
HIV 감염인과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함께 먹어도 HIV에 걸리진 않습니다. 음식에 들어간 HIV는 생존할 수 없으므로 HIV 감염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HIV 감염인과 손을 잡거나 같이 운동을 해도 HIV에 걸리지 않습니다. 일상적 신체접촉으로 교환될 수 있는 체액(땀)에는 극히 소량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뿐이어서 상대방 몸 안으로 들어간다 해도 HIV 감염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HIV는 성관계나 상처, 점막 등을 통해 상대방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감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HIV 감염인을 문 모기나 벌레 등을 통해서는 HIV에 걸리지 않습니다.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했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1회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0.1~1% 정도로 낮습니다. 그렇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성관계 때는 콘돔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HIV에 걸리더라도 바로 죽진 않습니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면역결핍으로 말미암아 사망에 이르기까지
HIV 감염인들이 복용하는 치료제는 완치제는 아니지만, HIV 증식을 억제,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입니다. 꾸준한 약제 복용을 통해 감염인이라도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